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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5년 전 골수기증 서약을 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사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성덕 바우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습니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그가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는 내용이 었죠. 방송 중 같은 가족일 경우 4명 중 1명꼴로 HLA형이 일치한다는 내용과 함께, 가족이 아니더라 도 2만 명 중에 1명꼴로 일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저렇게 절박한 사람을 도울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증 서약을 하 게 됐습니다. Q. 골수기증을 할 때도 그렇지만, 1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언젠간 정말 골수를 기증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사실 그럴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2만분의 1이라는 확률 상 쉽게 생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그 확률 에도 불구하고 기증 요청이 들어온다면 그만큼 그 사람이 절박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 다. 가족 중에 맞는 사람이 없으면 2만분 의 1의 확률에 희망을 걸고 사람을 찾는 것이니까요. Q. 15년 만에 골수기증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전화를 받고 보이스 피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증 서약을 할 당시에는 핸드폰은 없었고 삐삐를 쓰던 시절인데 어떻게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전화했는지 의심스러웠죠. 하지만 계속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내 골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Q.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할까 라는 망설임은 없었나요? 코디네이터 1) 가 기증은 개인 의사에 달린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안 하면 2만 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사람 을 또 찾아야 하는 상황임 을 알고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환자의 상태가 안 좋은데다가 아직 10살 정도의 여 자 아이라는 얘기에 같은 자식을 가진 부 모로서 망설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Q. 가족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동현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이제 열 살입니다. 동현이 만한 애가 너무 아픈데, 아빠가 도와주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아빠는 한 달 정 도만 고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하니 모두 선뜻 동의를 해주었습니다. Q. 골수 채취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골수 채취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골반에 바늘을 꽂아 채취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성분헌 혈 하듯이 바늘을 양팔에 꽂고 4 ~ 5시 간 정도 골수를 채취하는 방법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마취를 하기 때문에 채취할 때 고통은 없지만, 꼬리뼈가 아무는 시간이 약 1주일간 걸립 니다. 두 번째 방법은 채취 3~4일 전의 약물 투여기간부터 뼈가 아프고, 양팔에 바늘을 꽂아서 움직 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하루정도만 있으면 제한적으로나마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었 습니다. Q. 채취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채취할 때 엄청 고통스럽고 죽을 것같이 묘사되는데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채취하는 그 기간만 잠깐 힘이 들고, 25 “누구나 약속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약속을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인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이 남긴 말이다. 우리는 타인, 또는 자기 자신과 무수히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 하지만 그 많은 약 속들 중 상당수는 지키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골수 기증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인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긴 혈 액질환 환자들에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골수 기증을 하기 위해선 조직적합성항원(HLA)형 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 확률은 가족일 경우 4명 중 1명, 가족이 아닐 경우 2만 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즉, 골수 기증 서약 은 미래에 벌어질 가 능성이 매우 희박한 일에 대한 약속인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약속을 지킬 기회가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선뜻 약 속을 지킬 수 있겠는 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15년 전의 약속. 언젠가 골수를 기증하겠노라는 약속을 지켜 꺼져가는 한 생 명을 살린 장교의 선 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2사단 공병대대의 작전장교로 근무 중인 김성관 소령(39세, 해 사 50기). 김성관 소 령은 그의 골수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가 골수를 기증해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자신 을 바쳐 새 생명을 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그를 만나보았다. ● Peoples _ Once Marine 24 VOL. 36 한 생명을 살린 15년 전의 약속 골수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린 김성관 소령을 만나다 1) 조혈모 세포 은행에서 환자와 기증자를 연결에서 기증 후 관리에 이르는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