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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 해병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며 현재 2사단에서 상병답게 군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갑작스런 해병대 입대는 가족에게 서운함을 안겨 주었다. 특히 아버지께선 나에게 많이 서운했다고 고 백하셨다. 아버지께선 내가 ROTC를 통해 장교로 입대하기를 꿈꾸고 계셨는데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고 덜컥 해병 대 입영통지서를 보여드렸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섭섭하셨을 것 같다. 그날부터 나와 아버지는 대화가 적어졌다. 당시 나는 남들 안가겠다는 군대를 가겠다는데 왜 화를 내 시지?라고 생 각하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어느날 아버 지께서는 불쑥 “아들, 치킨에 맥주 먹으러 갈래?”라고 물으셨다.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지금까지 서운했던 점들을 말 씀하셨다. 굳이 “해병대를 왜 가려하니? 나이도 어린데 이렇게 빨리 가야만 하는 이유가 뭐니?” 나는 해병대를 입대한 뒤 전역 후의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생각하던 해병대의 장점을 알려드리면서 해병대를 어필하였다. 마지막으로 꼭 해병대여야 하는 이유를 진심으로 설명드리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는 남자로서의 첫 관문인 군대를 해병대 입대로 시 작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셨다. 어느 덧 해병대에 입대하는 날! 가족과 기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본 포항역에 는 나처럼 입대를 앞두고 머리를 빡빡 깎은 사내들이 보였다. 나와 입대 동기가 될 그 사내들과 함께 나는 해병대로 향했다. 신병 교육대에서 가족과 함 께 여러 가지 세부설명과 교육 등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과 나는 걸어서 몇 초 도 안 걸리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나는 또 다른 내 인생을 시작하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2008년 7월 21일 이렇게 나는 해병 1074기의 일원으로서의 첫걸음을 떼 었다. 현재 이 글을 마치면서 무엇인가 가슴 한구석에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때 가족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었던 내 모습이 생 생히 떠오른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긴다면 입대할 때의 그 마음 가짐을 생각한다면 모든 일을 무난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면서 새삼스레 나의 입대 전의 모습을 생각할 기회가 생겨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되 었다. 이제 나의 전역일은 어느덧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정든 선·후임들과 많은 추억을 가지고 전역하 고 싶다. *나 입대한다! 해병대로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