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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 November 2009 | 해병대 I 장병 가족수기 / 문예활동 더 이상 북두칠성은 없다. 북두칠성이 북두육성으 로 되려한다. 작년 초 대학교를 입학하고는 보지 못 했던 북두칠성의 가운데별은 늙었는지 어느새 제 밝 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 북두육성이라 부르긴 어색하여 북두칠성을 북 두성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렇게 군대는 나에게 밤 하늘을 우러러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 사람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가 달라 진다고 한다. 어떻게 놓인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경 기의 승패가 좌우되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잘 읽지 않지만 인기를 끄는 각종 처세서에서도 하나같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고의 전환과 같은 생각의 차이이다. 그러나 운동은 건강 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행하지 않는 것처 럼 이러한 사고의 전환도 결코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생각을 바꿔보라 말 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6개월 남짓 한 군 생활 을 두고 생각해보면 감히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을 해줄 수 있다. 잡아먹을 기세로 깜빡이는 네온사인, 자동차가 요 란하게 아스팔트 위를 구르고. 정신없이 쳇바퀴를 돌듯 순환하는 지하철. 적어도 입대하기 전에는 이 러한 것들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 언제든 지 창문만 열면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 이런 적도 있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의 3일째였다.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너무 어두웠다. 자연스레 손은 항상 휴대폰이 있던 왼쪽 주머니로 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빈 주머니의 몇 번 찌르고서야 익숙했던 것과의 이별을 실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가로 등과 휴대폰, 컴퓨터 타자기는 태초부터 있었던 것 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내가 입대를 하고 실무에 배치받기 전까지는. 입대 전 군대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2년 썩으면서 몸만 상한다고 했다. 해병대 에 지원해서인지 주위 사람들은 나의 군 입대에 대 해 더 많은 걱정을 했다. 군대는 불편함과 어색함, 억압과 제약 그 자체였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나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해병대 1사단 21대대 2중대로 실무 배치를 받고 바로 구룡포에서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맡았다. 초병 으로 적 잠수함과 간첩이 침투할 것을 대비해 경계 근무를 섰다. 근무지를 오가며, 때론 근무를 서며 잠 시잠깐 생각해보니 군에 입대를 해서 밖에서는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점들을 볼 수 있어 참으로 감사 했다. 평소 보거나 듣지 못한 것들을 접하면 마치 새 로운 눈을 가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잠을 깨우는 파도소리는 어릴 적 소라에 귀를 맞대고 들었던 울림보다 깊었다. PVS7으로 본 밤하 늘은 마치 밤하늘이 각막에 내려앉아 눈꺼풀 안에서 반짝이는 듯했다. 바다로 비친 별들은 누군가 깊숙 한 바다 한 가운데에서 폭죽을 터뜨린 듯 했다. 밖에 서는 우러러 볼 일조차 없었던 달은 놀랄 만큼 매일 성장했다가도 수축하곤 했다. 달의 밝기가 이렇게 길을 걷는데 큰 영향을 주는지 생각도 못했는데 그 날 그 날 월영에 따라 랜턴을 키느냐 키지않느냐가 북두성(北斗星) 글 / 일병 윤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