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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자료를 통해 본 6․25전쟁 62 군사연구 제130집 끄는 이미지들로 가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작 탱크가 지나는 모습 정도만 표 현된 그림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때로는 종군화가단전에 는 전쟁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작품들도 함께 출품되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전쟁의 모습인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여전히 타자일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의 면모를 반영한다. 라캉에 따르면 타자란 인간 존재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해당되 므로 모든 사물에는 타자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타자란 내가 아닌 궁극적인 대상 의 기표(signifier)가 되는 탓에, 역설적으로 나를 정의하는 기능을 한다. 33) 종교 에 봉사하고 후원받던 미술은 이제 자본에 의해 조정된다. 항상 후원자가 존재해 왔던 미술에서 후원의 문제는 전쟁의 상황에서 이것은 좀더 복잡한 양상으로 나 타난다. 오래된 후원자이자 보호자이며 따라서 권력에 복종하지 않았을 때는 강 한 보복을 가하는 국가 혹은 군대라는 존재가 생산 시스템에 관여되기 때문이다. 식민지 경험은 전쟁화를 다룸에 있어 어용으로 보이는 두려움을 일게 하였고, 종군 상태에서도 순수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증 같은 것이 작용하였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월남한 미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전쟁의 이미지를 구현한 것은 주체의 욕망이 중첩된 탓이다. 후원자의 선전과 보여주기 의 욕망과 그의 요구에 부합하여 확고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지닌 작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작품에 드러나는 미술가의 욕망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 골목을 훑는 시선 에서 부각된다. 그들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는 주체자인 동시에 이방인 같은 주인 이었다. 전쟁의 ‘기록’은 카메라에 맡기고 전쟁을 몸으로 겪어간 미술가들이 생산 한 작품은 목적에 부응하는 작품을 생산했건 그와는 아주 다른 세계인 자연의 이 상향을 담아냈건 그들에게서는 하나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그것은 생존에 대한 본원적 욕망이었다. 갑작스레 이산과 주거지를 잃은 채 부유하는 인생을 체험하 게 된 전쟁기의 삶은 전쟁의 상흔을 증거하는 작품을 생산하였다. 그것을 통해 한국전쟁의 실체가 내전이면서 세계전의 양상이었고, 전선에서는 길고 긴 싸움이 었으면서도 후방은 전쟁을 느끼지 못하며 전쟁의 주체이자 동시에 관찰자인 ‘이 상한 전쟁’이었음을 보여준다. (원고접수일 : 2010.11.12, 심사완료일 : 2010.11.25, 게재확정일 : 2010.11.30) 33) 자크 라캉 지음․권택영 엮음,『욕망 이론』, 문예출판사, 199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