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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군사연구 제130집 59 <그림 38> 이수억의 구두닦이 소년, 캔버스에 유채, 1953, 116.3×80.3㎝ <그림 39> 이수억의 폐허의 서울, 캔버스에 유채, 1952, 80.3×11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닦이의 러닝셔츠를 입은 등짝이 드러나고 그 뒤로는 선글라스를 낀 채 담배연기 를 품어내는 매매춘 여성, 이른바 양공주라 불리던 여인의 모습이 있다. 전쟁기 지켜주지 못한 여인에 대한 표현이 금기시된 듯하던 화단에서 그의 이러한 배경 의 표현은 예외적이면서도 현실 고발적이다. 남루한 차림의 소년의 야무진 입매 에서는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는 희망으로 전제하는 작가의 현실인식이 드러난다. <폐허의 서울>(그림 39) 또한 노을이 지는 서울 하늘에 까마귀떼만 무성하여 어 딘가에 던져져 있는 수많은 주검을 상상케 하며, 폐허 앞에서 머리를 감싸쥔 채 절망에 빠져 있는 남자의 모습에서 전쟁의 비참함과 상실감을 드러낸다. 한편 권옥연은 전쟁의 폐허에서도 희망을 보고 있는 듯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한 <폐허에서>를 제작하였다. 부산 피난지에서 제작한 것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알고 있지만, 삶의 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절망적인 현실과 이를 극복하 려는 의지가 공존하는 당시 피난지의 삶을 전한다. 이러한 전쟁 이후의 삶에 대 한 의지는 김기창의 <부산>(그림 40)에서 확고히 드러난다. 야산에 천막을 치고 여학생과 남학생을 나누어 반을 만들고 교과서도 책상도 없이 오로지 흑판 하나 에 의지한 수업이지만 진지함만은 넘쳐난다. 어린 학생들의 수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후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