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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자료를 통해 본 6․25전쟁 56 군사연구 제130집 <그림 32> 이철이의 학살, 합판에 유채, 1951, 23.5×33㎝, 국립현대 미술관 소장 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당시 미술인이나 발주자가 가진 6․25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이라는 국토성을 드러내며 그림 하단에 위 치한 주검의 표현은 6․25전쟁의 참상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우측 하단 에는 피에타의 성모와 같은 자세로 반라의 여인이 죽어가는 여인을 안고 있는 데 이 여인의 가슴에는 어린 아기가 젖을 물고 있어, 죽음과 희망이 공존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8) 이철이의 <학살>(그림 32)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 로한 작품으로서 전쟁의 참 상을 직접적으로 다룬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작가는 철수하는 인민군에 의해 의정부까지 끌려갔다 가 3개월 만에 생환하였다. 어두운 밤 어스름한 달빛 아래 자행되는 학살의 장면 은 거친 붓질로 흔들리는 잔상으로 남게 하였다. 유족이 소장중인 이 작품의 스케치에는 아기 업은 여인 이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어 충격적인 비인간의 상황을 전하여 준다. 일본에서 전쟁을 전해들은 전화항은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 등 6․25전쟁을 몸으로 겪은 작가이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이미지들은 사실적인 모습의 인물 들을 다룰 때조차 문학적인 죽음의 피상성을 입고 있다. 한편 한묵의 <꽃과 두개골>은 상징성이 높은 문학적 작품으로 보인다.(그림 33) 이 작품은 종군화 가로서 중부전선에서 중공군의 시신 옆에 핀 할미꽃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 한 것이라는데 전쟁의 리얼리티, 인간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연민으로서 표상 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고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정훈국의 발표를 철석같이 믿었던 서 28) 이 작품의 작가와 도상에 대해서는 조은정,「1950년대 전반 한국미술에서 타자 읽기」에 자세히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