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page

회화자료를 통해 본 6․25전쟁 48 군사연구 제130집 <그림 14> 김영재의 무제, 종이에 연필, 1953, 25.5×32.5㎝, 작가 소장 <그림 15> 이수억의 전선야곡, 캔버스에 유채, 1952, 72.7×60㎝ 전쟁에서의 리얼리티란 존재 그 자체일 것이다. 육군종합학교를 졸업하고 6․25 전쟁에 군인으로 참전하였던 김영재는 자신이 차고 다니던 탄띠와 단도를 세밀히 묘사함으로써 정체성을 표현하였다. <무제>(그림 14)라고 적은 이 그림은 1953년 5월 1일에 제작된 것으로 작가의 신분이자 생존의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 군인 으로서 자신의 신변잡기를 제재로 하여 전쟁기 생존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보여주 는 것이다. 목숨을 건 싸움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의문은 비단 미군의 경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국토에서 일어난 전쟁이고 전선에서 적과의 대치 속에서 초개같은 목숨을 이어간다고 생각했을 병사에게 전쟁의 현실을 돌아보는 이수억 의 <전선야곡>(그림 15)은 6․25전쟁을 그린 작품 중에서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군인의 눈을 빌어 전쟁중 한국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작품인 것이다. 무 장을 한 채 잠깐 몸을 뉜 병사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가족과 부상당한 상이 군인들과 한밤중에 도륙되는 사람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는 군인들과 이와는 거리가 있다는 듯 후방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퇴폐적인 풍조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상념처럼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화면 우측 하단 에는 병사의 약혼녀로 생각되는 성스런 이미지의 여인이 기도하는 모습인데 아마도 병사의 무사귀환이 그 내용일 것이다. 이 그림에는 6․25전쟁기 모든 사회상이 담겨 있다. 전선에서는 여전히 전투가 한창인데 지리한 휴전회담의 와중에 후방 에서는 전에 없는 퇴폐풍조와 환락적인 삶을 만끽하는 부류가 늘어났다. 이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