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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자료를 통해 본 6․25전쟁 44 군사연구 제130집 <그림 9> 박득순의 공군기지, 캔버스에 유채, 1953, 71×51㎝, 공군 3591부대 기념관 소장 <그림 10> 변영원의 반공여혼, 캔버스에 유채, 1952, 93.5×130㎝, 국립현대 미술관 소재 탱크만이 진격하는 무표정한 화면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전장의 참모습이 아닐까? 총탄이 쏟아지는 곳에서 필 을 들 수는 없음에도 그림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전쟁의 모습을 기대 하는 것은 대중이며, 그것을 만족시 키기 위하여 사진기자는 목숨을 걸 고 적진 가까이 다가갔고, 화가는 참호 속에 몸을 숨겼던 것이다. 이 에 대해 당시 종군화가였던 이준은 “대부분의 종군 기록화는 전쟁의 격렬한 표현 장면이 아니라 부서진 탱크 뒤를 몇 명의 군인이 돌격하는 모습 등 전쟁에 대해 소극적 표현에 그친 것 같고, 더구나 민족상잔의 비극을 전쟁화로 기록하길 기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고 전언하고 있다. 17) 박득순의 <공군기지-아군 종군정예>(그림 9)는 거친 붓질과 감성으로 반응하 는 다른 종군화가단 작품과 달리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이미 그는 일제강점기에 태평양전쟁을 다룬 전쟁화를 그린 적이 있었으므로 전투기를 그리 는 것은 그에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출격을 준비하는 조종사와 정비사들의 모습이 긴박해보이기보다는 조용한 일상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그의 경험에서 발원한 것이다. 6․25전쟁에 대해 격한 감정으로 참여했던 종군화가 단 소속의 젊은 화가들과 달 리 그에게 전쟁은 일상의 반 복으로도 보였을 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전쟁의 모습을 구현 한 작품들과 달리 변영원의 17) 이준, 「부산에 운집한 미술인」,『계간미술』35, 1985. 겨울,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