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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 364 군사연구 제130집 11. 감격의 숙질(叔侄) 상봉 며칠이 지났다. 대부이신 병원장이 대자(代子)인 나를 부르셨다. 나는 위생병의 부축을 받으며 원장실에 들어섰다. “대자야! 너의 숙부께서 너를 보러 오셨다. 지 난주에 내가 너의 집으로 편지를 보냈었다.” 나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숙부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지만 그래도 경례를 했다. 작은 아버지! 당장 목이 멘다. 육친의 극적인 포옹. 나의 붕 대가 눈물에 흥건해지는 순간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저의 조카를 이렇게 살려 주시어 이 은혜를 어찌 갚을 수 있을지요. 나의 대자입니다. 왼쪽은 각막 손상이 심합니다. 서울 큰 병원에서 각막 이식수술 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제 조카를 보니 안심입니다. 숙부가 병원을 떠나는데 나는 그저 손만 흔들고 있었다. 눈물이 두 빰을 타고 흐른다. 왼쪽 눈 붕대 겉으로 배어 나온다. 그래도 상관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피를 나눈 혈육이니까. 12. 새 인생길로, 대부 곁을 떠나 귀향 숙부가 다녀간 후 나는 급속도로 회복되었다. 셋째 주 화요일이다. 인사계가 나 에게 알려준다. 이 하사! 너 제대특명이 났다. 1951년 11월 3일자이다. 떠나는 날이 왔다. 부대장이자 병원장인 대부에게 인사한다. 대부가 상이군인 휘장을 달아주고 제대 증서를 나에게 준다. 현관에서 작별의 경례, 대부는 대자를 얼싸 안으며 아쉬워한다. 간호사․위생 병․수녀님도 환송한다. 모두 나에게 생명을 부지하게 만든 은인들이다. 말로 표 현할 수 없는 뭉클한 무언가를 느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처럼 남을 위해 희생하는가. 나는 지프에 올랐다. 정문으로 가다가 멈췄다. 돌아앉아 현관을 향해 다시 한 번 작별의 경례를 했다. 돌아앉은 채로, 경례한 채로 지프차가 병원 정문을 돌아 나갔다. 내가 새 인생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1951.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