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page

수 기 군사연구 제130집 339 대장들의 등뒤를 겨냥하는 자태를 취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것을 확인 한 연후에 내가 근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내가 좀 중요한 말을 하겠는데 한 가지 전제조건의 부탁이 있어요. 그것은 내 말이 ‘이것으로 끝이오!’ 라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여러분이 좀 참고 기 다려 줘요. 내 말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순간, 저 자유의 강물이 마음대로 흐르는 그 순간 이후에 여러분이 결단을 내려요. 신중한 결단을 내려서 총을 바닥에 내 려놓거나 아니면 그 총으로 나를 쏘거나 여러분이 그때 선택해요. 그러면 이제부 터 내가 중요한 말을 하겠소!” 나는 이렇게 전제의 말을 천천히 개진하면서 지금 전선이 어떻게 되어 있고 유엔군의 공세가 북한 공산군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로부터 유엔군이 서울을 탈환했다는 전세까지도 설명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하찮은 전투에 매달릴 게 아니라 한국군이나 유엔군에게 깨끗이 투항함이 슬기로운 길이라고 설명했다. 나의 설명이 여기까지 왔을 때 두 부분대장이 거의 동시에 따발총을 바닥에 놓 으면서 “소대장님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라고 외쳤으며 다른 두 명도 이구동성 으로 국군에 귀순할 뜻을 외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맞았어! 저 자유의 물결 소리에 따르기로 해요!” 라고 그들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부대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동당, 당원 놈들은 모두 빼 돌렸으니 안심하고 공작해요!” 라고 외쳤다. 마침내 38교(모진교)가 발밑에 내려다보이는 북단의 지촌리(芝村里) 갑제고지 에 태극기와 함께 현수막 2장을 내걸었다. 한 현수막은 “국방군 북진 환영!” 이었 고 다른 하나는 “이승만 대통령 만세!” 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자유의 강이 되어버린 북한강 남쪽 대안에서 이쪽을 관찰하던 보트 한 척이 조심스럽게 건너오기 시작했다. 나는 강기슭까지 마중 나가서 적의(敵意) 가 없다는 표시로 내가 휴대했던 소련제 권총을 모래바닥에 내려놓았다. 다가 오는 보트는 한국군 제6사단 제7연대 소속이었고 나는 감격적으로 그를 얼싸 안았다. 잠시 후에 7연대 정보참모 김동명 소령이 강을 건너와서 상황을 파악한 다음 연 대본부로 보고하자 임부택 연대장이 다리를 건너와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다 시 얼마 후에 제6사단장 김종오 준장이 현장에 와서 나를 반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소대장 덕분에 우리 6사단이 38선을 쉽게 돌파하게 됐어. 고마워요. 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