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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가지 군적을 겪으며 6․25전쟁에 참전했다 338 군사연구 제130집 되는 최전방에 나온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모반의 시나리오’를 엮어나가게 된 것이다. ‘모반’이란 우리(나의) 소대가 유엔군이나 한국군에게 집단적으로 의거 귀순함을 의미했다. 운명의 시작은 10월 2일 저녁때였다. 나는 귀엽게 사랑하는 소대 연락병 박군 의 어깨를 다정스레 잡고 강기슭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내일 아침에 부분대장 네 명을 내가 유인하여 그들의 마음씨를 따뜻하게 감싸 안을 예정이므로 연락병 도 마음을 맞춰달라고 타일렀다. 연락병은 평소에도 나에게 감득하고 있었으므 로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고향도 나와 같은 ‘안악’이라 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연락병 박군을 시켜 우리 소대 안에 있는 노동당원인 부소 대장과 분대장 그리고 통신병 등 합계 6명을 소대장 참호로 모이도록 했다. “무슨 일인고 하니 대대본부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노동당원들 전체의 조직원 회의가 열린다는 기별이오. 당원 동무들은 빠짐없이 대대본부에 가보도록 해요! 아침 식사는 거기에서 해결토록 하며 부소대장이 인솔하고 산길로 가보도록!” 이 말은 내가 꾸며댄 거짓말이었다. 우리 소대에 있는 노동당원인 부소대장과 분대장 등 여섯 명을 감쪽같이 빼돌리기 위한 거짓말 술책이었던 것이다. 노동당 원들이 섞여 있으면 나의 술책이 지장을 받으므로 그들을 빼돌리는 거짓 술책으 로 내가 트릭을 쓴 것이었다. 나의 술책이 하도 그럴 듯했으므로 노동당원인 부 소대장과 분대장 등 6명은 조금도 의심 없이 대대본부를 향해 떠나버렸다. 거기 로부터 대대본부까지는 약 20킬로미터나 상거하므로 시간으로 따져서 왕복 4시간 이나 걸리는 산길이었다. 노동당원 6명을 감쪽같이 빼돌린 나는 연락병 박군에게 신호를 주어 부분대장 4명을 내 참호로 집합토록 했다. 내 모반계획을 진행하는 데는 좀 기발하고 극적 인 방법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연락병이 부분대장들을 안내하 고 왔을 때 평소와는 좀 다르게 근엄한 자태로 임하였다. “모두들 거기에 앉으세요. 그리고 각자의 총에 탄창을 장전해요. 이렇게!” 그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다가 각자 따발총에 탄창을 끼웠다. “탄창을 끼웠으면 안전장치를 풀어요. 그리고 각자의 총구가 바로 나를 향하도록 겨눠봐요!” 그들은 모두 망설이는 기색이었으므로 내가 시범으로 한 사람의 총구가 나를 조준토록 했다. 그때 나의 충직한 동조자인 연락병은 슬그머니 자기 총구가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