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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자료를 통해 본 6․25전쟁 34 군사연구 제130집 Ⅰ. 머 리 말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전에서 전장의 보고는 사진과 영상이 주요한 역할을 한 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진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였고 6․25전쟁은 전쟁사진 의 전형성을 형성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한 보다 효과적으로 정치적인 색채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이불보따리에 비하면 형 편없이 왜소한 피난민이 필사적으로 끊어지고 휘어진 교량의 철제 빔을 기어가는 <대동강철교>는 막스 데스퍼(Max Desfer)에게 1951년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 1)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이 사진을 그리 편안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은, 전쟁의 비참함과 함께 무지한 제3세계의 시민이 바로 우리 자신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그 확고함이 사진 속 초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6․25전쟁에 종군한 사진가들은 용감한 영웅으로서의 미군을 카메라에 담아 본국에 송신하였다. 데이비드 던컨은 6․25전쟁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이것이 전쟁이다(This is War)』를 출판하였다. 목숨을 건 현장 작품이었으며 아무리 그가 전쟁의 진실을 의도했더라도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미군의 영웅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것은 6․25전쟁을 타자로 참여한 사진가의 한계였다. 2) 현대전에서 사진은 전쟁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듯이 보이지만 실은 선택적 시 각을 견지함으로써 현실을 왜곡하고 조작한다. 3) 따라서 인간이 직접 생산한 미술 작품은 무의식을 담은 경험의 산물이란 점에서 오히려 사진보다 더 진실될 때가 많다. 그리하여 미술인에 의해 제작된 시각 이미지는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당시 인의 기록이라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전쟁을 몸으로 겪은 결과물로서 미술작품 이 위치하는 것이다. 물론 경험이 개인의 문제이고 구술사처럼 왜곡된 기억과 한 정된 관념의 산물이어서 명쾌한 해석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6․25전쟁 기 시각자료, 특히 미술작품은 6․25전쟁을 경험으로 기술함으로써 역사적 서술 이나 자료와는 다른 가치를 지닌다. 전쟁의 한가운데 위치한 인간에 주목하게 되 는 것이다. 전장의 모습과 군인 그리고 전투가 훑고 지나간 자리의 일상 등 미술 1) 이와자와 코타로 지음․양수영 옮김,『사진의 힘』, 타임스페이스, 1997, p.137. 2) 6․25전쟁에 대한 미국에서의 이미지에 대한 문제, 던컨을 비롯한 미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다루어진 경과에 대해서는 김영나, 「워싱턴 DC 내셔널 몰의 한국전 참전용사기념물과 전쟁의 기억」,『서양미술사학회 논문집』18, 서양미술사학회, 2002 하반기, pp.7~32. 참조. 3) 6․25전쟁기 사진에 대해서는 김형곤,『6․25전쟁의 기억과 사진』, 한국학술정보, 200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