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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사 군사연구 제130집 269 생지옥을 경험했다. 유엔의 집계로는 2009년 1월부터 5월초까지 민간인 7천 5 백 명이 죽고 1만 5천 명이 부상당했다고 알려진다. 더구나 정부군의 마지막 공세가 펼쳐졌던 2009년 5월 중순엔 2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생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타밀족은 북부 자프나 반도와 동부지역을 근거지로 ‘타밀 호랑이’라 알려진 LTTE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공화국을 세우려 했다. 그들의 시각에서 스리랑카 내전은 곧 ‘분리독립투쟁’이다. 정부군의 시각에서는 LTTE는 어디까지나 반란 군이자 테러단체이다. 그래서 스리랑카 정부는 “우리도 미국처럼 ‘테러와의 전 쟁’을 벌인다”고 말해왔다. LTTE는 죽음을 마다 않는 자살폭탄테러전술을 썼 고, 모자란 병력을 채우려고 18세 미만의 소년병들을 전투에 동원했다. 그러나 LTTE 지도부가 궤멸됨으로써 독립국가의 꿈은 스러졌다. 그렇다고 내전이 완 전히 끝났다고 말하긴 어렵다. 타밀족의 분리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만큼 내전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못한다. 승리에 취한 스리랑카 정부가 그들을 끌어 안을 정치적 화합조치를 외면한다면, 휴화산마냥 안에서 끓던 타밀족의 분노가 새로운 무장투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 스리랑카의 평화는 ‘불안한 평화’일 뿐이다. 스리랑카 내전에서는 다른 여러 전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무 시됐다. 전쟁범죄(인권 침해)라는 측면에서는 스리랑카 정부와 반군 LTTE는 오십 보 백 보 차이일 뿐이다. LTTE는 자살폭탄 공격으로 악명을 떨쳤고 소년 병을 대거 동원해 비판을 받았다. LTTE 지도부는 조직을 이탈하려는 어떠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잔혹하게 대응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내부의 온건론자와 평 화론자들을 ‘LTTE 첩자 또는 협력자’라고 몰아붙이며 탄압했다. 국제사회는 LTTE의 테러전술을 비난했지만, 스리랑카 정부의 비호 아래 저 질러진 전쟁범죄도 끔찍하긴 마찬가지다. 스리랑카 정부는 ‘화이트 밴’(White Van)이란 이름의 준 민병대 조직을 통해 불법적인 납치와 고문 살해를 저질러 왔다. 스리랑카에서는 2006년 이래 약 2천 명이 정부 수사기관에 붙잡혀간 뒤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다. 인권감시(Human Rights Watch)나 국제사면위원회 (Amnesty International)같은 국제인권단체들이 LTTE의 테러행위는 물론 스 리랑카 정부와 친정부 무장조직들의 인권침해행위(납치, 구금, 살해)를 함께 비 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