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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쟁 사 군사연구 제130집 267 은 핵전쟁의 공포와 더불어 두 국가 사이의 군사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학자들은 ‘ 힘의 균형이 안정을 가 져온다 ’는 세력균형론은 비판적이다. 오오건스키는 고대 로마와 카르타고, 아테네 와 스파르타의 보기를 들면서 힘의 균형은 평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전쟁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3) 그에 따르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힘의 균형이 아니라 평화지향적인 강대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논의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 계대전 사이에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연합국의 힘 이 추축국(독일-이탈리아)보다 컸기 때문이었고, 후반부에 독일을 비롯한 추축국 의 힘이 커진 상황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는 논의다. 20세기 후반 세계 평화도 미국의 힘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풀이한다. 4) 힘의 균형이 평화를 가져온다든가(모겐소), 그 반대로 전쟁을 가져온다(오오건 스키)는 세력균형론 관련 논의들은 전시상황이 아닌, 평화시의 상황(비전시상황) 을 설정한 것이다 . 본고는 전시상황에서도 힘의 균형은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 전쟁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교전 쌍방의 군사 력이 엇비슷해 힘의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양상을 내다볼 수 있다. 첫째, 군사적 수단이 아닌 다른 수단(외교적 노력 등)으로 전쟁이 멈추 게 되거나, 둘째, 좀처럼 전쟁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써 종결되지 못하고 (내부적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까지 지구전을 펴게 된다 . 첫째의 양상은 ‘힘의 균형 아래서 안정을 이룬다’는 모겐소의 이론이 들어맞는 다. 이를테면 한국전쟁(1950~1953년)이 좋은 보기다. 3년 넘게 끌었던 한국전쟁 에서는 교전 쌍방이 판단하는 군사적 결과가 어느 한쪽을 결정적으로 궤멸시키기 어려운 균형상태에 이른 시점에서 ‘정전회담’이라는 군사외적 수단을 통해 한반도 의 전선을 현상유지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3년 전쟁을 치렀던 한국과는 달리 무려 26년 유혈사태를 끌었던 스리랑카 내전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둘째의 양 상에 해당된다 . 다수민족인 싱할리족의 정부군과 소수민족 타밀족의 반군 무장조 직 ‘타밀엘람 해방호랑이들’(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 약칭 LTTE) 사 이의 군사적 균형이 너무 오래 지속됐고, 그에 따라 스리랑카는 숱한 희생을 치 러야 했다. 스리랑카 내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힘의 균형이 반드시 평 3) Organski, A.F.K., World Politics(2nd ed.,New York: Knopf, 1968) 4) Organski, op.cit.,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