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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군사연구 제130집 25 이나 위기를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응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거나 또는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훈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결론을 주는가? 현재 한반도는 정전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불안한 상황이다. 26) 한반도에서 안보를 규정하 는 가장 중요한 질서가 정전체제라는 사실, 그리고 그 정전체제가 제대로 작동하 지 않고 있다는 상황은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며, 언제라도 위 기가 조성될 수 있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올 초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바로 이러 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27)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행위자들로 하여금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 용하지 않고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기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클린턴 행정부가 아 니면 전쟁이라는 수단 대신 제네바에서의 대화와 타협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찾 는 것 역시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중요한 연구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의 경험, 쿠바 미사일 위기의 경험, 그리고 1994년 북한 핵 위기의 경 험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결국 행위자들이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상황이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만 전쟁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 러나 무엇이 행위자가 전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그것 은 불가능하다.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여론의 확산이 지도자가 전쟁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마저도 100%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결정자는 여론 조작을 통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 지도부의 경우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위기 해결의 과 정을 더 어렵게 한다. 즉,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 전쟁 결정 의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 핵 위기를 둘러싼 상황의 전개를 고려할 때 북한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 결정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로 26) 졸고, 2010〈작동하지 않는 정전협정, 그리고 천안함〉《역사와 현실》76호 27)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정전협정에서 군사분계선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은 지역 이며, 정전협정에 의거하면 천안함 사건과 같은 문제를 조사, 해결해야 하는 군사정전위 원회는 1994년 이래로 현재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