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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집 군사연구 제130집 23 것일 경우 단순히 ‘실수’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계산된 것이 라 하면 그것이 ‘오류(誤謬, mis)’는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역시 인식과 계산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본다면 6․25전쟁의 기원이나 원인의 문제는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국내외적인 상황과 조건을 통해 전쟁의 발발과 원인을 풀고자 하였지만, 결국 전쟁의 원인은 전쟁을 결정한 사람들의 계산과 인식에 있 었던 것이다. 즉, 스탈린과 김일성, 박헌영이 미국의 참전 여부와 남한에서 혁명 세력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인식했는가가 전쟁이 시작되는데 있어서 결 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1950년 봄의 문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고 가정한다면, 6․25전쟁의 배경에는 스탈린과 김일성, 박헌영의 ‘오산’과 ‘오인’이 위치하고 있다. 왜냐하면 애치슨은 미국의 방위선 발언을 통해 한반도가 타이완이 미국의 집적적인 방위선 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말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제기구, 즉 유엔을 통해 개입 할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아울러 소련의 핵개발과 중국 공산혁명 이후 미국의 대 외정책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케난(George F. Kennan)식의 거 점 봉쇄 전략에서 국가안보회의 문서 68호(NSC 68)로 대표되는 거대한 재래무기 증강과 거대한 초승달 전략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거점 만이 아니라 소련과 중국 등 공산주의 권역을 둘러싸고 있는 어느 지역에서도 미 국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정책이 1949년 말부터 1950년 초 사이 새롭게 입안되고 있었던 것이다. 25) 공산권의 지도자들은 바로 이 점을 몰랐던 것이다. 따라서 전쟁의 기원 문제, 특히 스탈린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이유는 1949년에 있었던 사건들을 조합하는 방정식을 통해서 밝혀질 수 있는 문제가 아 니다. 다시 말하면 소련의 핵개발과 중국의 공산혁명 성공, 그리고 남한에서 주한 미군 철수라는 변수들을 갖고 xyz의 방정식을 만들어도 해답은 나올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xyz는 스탈린의 인식에 따라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결론을 이끌 수도 J.J., “Lying in International Politics,” (unpublished ms., 2007); Kahneman, D. and J. Renshon. “Why Hawks Win,” ForeignPolicy154(Jan.2007), 34-38; Jervis, R., “Misperception and War,” in Rotberg and Rabb, Origin and Prevention of Major Wars.; Fearon, J., “Rationalist Explanations for War,” International Organization, 49(3), pp.379~414. 25) 졸고, 2006《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창비 2장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