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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의 원인에 대한 재고찰 22 군사연구 제130집 시기에는 전쟁이 발발하고, 다른 지역, 다른 시기에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다. 어쩌면 1949∼1950년의 위기상황보다도 1967∼1968년의 위기 상황이 더 큰 위기 였을 가능성도 있다. 1967년 말 유엔군 사령관은 이듬해 북한이 게릴라 전술을 비롯한 다양한 전술로 한반도에서 제2의 6․25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판 단했으며, 북한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동원해 제2의 베트남 전쟁을 한반도에서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22) 이러한 문제는 지금까지 6․25전쟁을 비롯한 전쟁에 대한 문제가 거시적인 관 점, 그리고 구조에 대한 분석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 기도 한다. 거시적인 관점은 한국의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세계체제를 시야에 넣 고 특정 주제를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특정 주제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결여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오히려 구조적 변화의 문제에 너무 초점을 맞출 경우 각각의 전쟁이 서로 개별적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며, 행위자의 문제로 접근할 경우 전쟁의 기원 및 발발의 보편성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국제정치에서 제기되고 있는 구성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전쟁 원인에 대한 접근과도 연관되어 있다. 23) 최근의 연구들은 위기의 실제적인 크기보다는 정책결정자, 또는 정책 결정의 단위가 위기의 크기를 어떻게 느끼는 가가 전쟁의 더 중요한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즉, 위기의 실제 크기를 측정하 는 것은 불가능하며, 위기의 당사자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위기의 극복을 위해 어떠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가가 전쟁 결정에 있어서 더 중요한 요 인이 된다는 것이다. 위기는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며, 그 위기를 평가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주체는 행위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의 위기에 대한 인식은 종종 오산(miscalculation)이나 오 인(misperception)일 수 있다. 24) 물론 그러한 오산이나 오인이 정치적으로 계산된 22) 1975년의 경우에도 남베트남 패망 직전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했던 경우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김일성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 사이에서 무슨 논의가 있었는가에 대해서 는 후에 구체적 자료가 공개되어야 알 수 있지만, 당시의 정황이나 중국 내 외교관들 사 이에서 있었던 소문에 근거해 보면 제2의 한국전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 이 크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다. 23) 신욱희, 1998〈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의미와 한계〉,《한국정치학회보》32권 2호; 하 영선, 2000 “탈근대 국제정치이론”, 이상우·하영선 공편,《현대 국제정치학》, 나남, 1992 제5장. 24) Van Evera, S., “Why States Believe Foolish Ideas,”(unpublished, 2002); Mearshei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