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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의 원인에 대한 재고찰 18 군사연구 제130집 위해 안보리에 불참했다는 사실이다. 스탈린이 아시아에서 미국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이 6․25전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스탈린이 직접 언급 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의 관심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리고, 이를 통해 자신 들의 앞마당인 유럽에서 공산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의 전쟁 참여를 ‘유 도’했다는 주장은 위 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위의 자료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옳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유엔안 보리의 결의가 없었다면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 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여부를 증명하는 것과 관련 없이 스탈린이 그렇게 판단 했을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위의 편지는 스탈린의 지시로 인해 소련 의 유엔 대표가 안보리에 불참함으로 인해서 북한이 ‘침략자’로 규정되고, 이로 인해 동유럽 국가에서 북한을 원조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스탈린이 ‘변명’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17) 이러한 가능성들을 모두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스탈린이 미국의 참전 가능성에 대해 이미 고려하고 있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이점을 고 려한다면, 1950년 봄 스탈린과 김일성, 박헌영의 대화 속에 나타난 미국의 개입 하지 않을 것이라는 스탈린의 주장은 김일성과 박헌영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 쟁을 소련의 냉전정책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전쟁 발발 시 미국이 한국에 개입함으로써 미국의 관심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기를 기대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를 통해 미국의 개 입을 유도했으면서도 이를 북한의 김일성과 박헌영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북한 으로 하여금 전쟁을 개시하도록 하였고, 궁극적으로 이는 미국이 개입할 수 있 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가설 아래에서 위의 스탈린의 서한 을 글자 그대로 신뢰한다면, 6․25전쟁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다시 시작되어야 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 1950년 봄 스탈린과 김일성, 박헌영 사이의 대화록에서 좀 더 주 목해야 할 부분은 마지막에 박헌영이 했던 언급이다. 남한에서는 수십만의 공산 17) 스탈린은 그의 일생을 통해 소위 ‘무오류’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안보리 불참에 대한 동맹국 들의 입장에 대해 적절한 변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위의 인용문은 안보리 불참의 이유에 대해 따지는 동맹국 지도자들에 대해서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하기 위한 편지였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