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page

Ⅰ전쟁사Ⅰ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론의 한계 및 대안모색 84 군사연구 제126집 Ⅳ. Jus Post Bellum의 새로운 기준 모색 인간안보와 정의로운 평화 평화란 정의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이 글 첫머리에서 밝힌 바처럼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지 않는다. 또한 평화란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지켜지고 소외당하거나 억압당하는 일 없이 정치적 권리와 경제정의가 이뤄지는 평화여야 한다. 그것은 곧 정의로운 평화다. 강자만 이 누리는 평화가 아니라, 약자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경제적 상황이 정의로운 평화다. 그런 평화는 강자나 약자나 가릴 것 없이 지구의 구성원들 모 두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게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 개념에서는 약자인 여성 이나 어린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들은 물론이고 패전국의 일반 국민들이나 병사들, 피억압자들의 인권이 중요해진다. 문제는 전쟁의 야수적인 성격 탓에 약자들이 더욱 고통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원거리 무기가 발달하고 살상력이 훨씬 높아진 현대전쟁에서는 전투원보다도 민 간인들의 희생이 더 크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전쟁에 휘말려 소년병으로 징집 돼 고통을 겪고, 여성들은 성폭력을 하나의 전술로 사용하는 전투원들에게 희생 당하는 일이 많다. 현대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은 비전투원(민간인) 숫자는 전 투원인 군인 사망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전쟁연구자 루스 시바드 는 1900년부터 1995년 사이에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1억 970만명이며, 이들 희 생자 가운데 비전투원(민간인)이 6천2백만명으로 전투원보다 많이 죽었다고 분석 했다.41) 현대전쟁이 국력을 기울여 싸우는 총력전(all-out war, 또는 전면전) 성 격을 띠면서 전투원-비전투원 구분이 19세기보다 희미해진 탓도 있지만, 민간인 희생자의 상당수는 무차별 공습에 따른 것이었다. 댄 스미스(오슬로 국제평화연 구소 연구원)가 펴낸 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전반기의 전쟁 희생자 550만명 가운데 75% 가량이 비전투원이다.42) 전쟁이 끝나고도 민간인들, 특히 패전국의 민간인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여기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개념이 중요해진다. 전쟁이나 폭력의 위협 주 41) Ruth Sivard, World Military and Social Expenditures 1996 (Washington : World Priorities, 1996). 42) Dan Smith, The Penguin Atlas of War and Peace (Penguin Books,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