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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연구 제126집 83 넷째, 기존 정의의 전쟁론들은 승자의 전쟁범죄도 처벌해야 한다는 점이 불분 명하게 넘어갔다. 공정한 전쟁범죄 처벌은 Jus post bellum 기준에서 빼놓을 수 없다. 패전국의 전쟁범죄뿐 아니라, 전승국(강대국)이 저지른 전쟁범죄 단죄에 대 한 명시조항들을 내놓지 않았다. 다섯째, 정의의 전쟁 논의의 중심도 국가에 있지, 국가끼리의 전쟁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 있지 않다. 국가안보가 우선이고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대 한 고려는 2차적이다. 이를테면, 마이클 월저의 경우 인권을 말하지만, 어디까지 나 국가의 보호를 받는 인권이다. 많은 경우 인권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게 사실 이지만, 오히려 전쟁중엔 국가로부터 침해를 당하는 일도 많다. 정의의 전쟁에서 인권의 적극적인 개념인 인간안보 개념이 강조돼야 할 필요가 생겨난다. Jus post bellum과 관련된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전쟁을 치른 뒤 이를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를 둘러싼 국제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 쟁을 벌이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정당성(jus ad bellum), 그리고 전쟁을 치르 는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정당성(jus in bello)에 대해선 국제법에 명 시돼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적대적인 행위를 멈출 것인가에 대해서, 나아가 그에 대한 윤리와 도덕의 문제에 대해 국제법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전승 국이 일방적으로 패전국에게 씌우는 의무가 ‘정의’로서 강요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정의의 전쟁 연구자 브리안 오렌드는 전쟁 마무리 과정에서의 jus post bellum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전쟁 뒤처리에 관한 규정이 제대로 돼있지 않을 경우 법률적 공백상태, 정치적 불안, 불의(injustice) 등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는 이상적인 길은 법 조항으 로 명문화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관찰될 수 있도록 전쟁종식에 관한 국제법을 확립 하는 것이다.”40) 결론적으로, 전쟁 마무리 단계의 정의인 jus post bellum은 서구 사회에서는 정 의의 전쟁의 다른 두 준칙(jus ad bellum과 jus in bello)에 비해 제대로 깊이 있 게 논의되지 않았다. 전쟁의 야수적인 성격은 jus ad bellum으로 전쟁을 시작한 국가도 jus in bello를 지켜나가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그런 점은 전쟁의 합리적 마무리를 요구하는 jus post bellum를 꼼꼼히 짚어보기 어렵도록 영향을 끼쳤다. 주 40) Brian Orend, War and International Justice : A Kantian Perspective (Wilfrid Laurier University Press, 2000), p.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