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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전쟁사Ⅰ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론의 한계 및 대안모색 72 군사연구 제126집 이라고 일컫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와 문명이 다른 이교도들을 힘으로 복종시키 거나 몰아내려고 피가 피를 부르며 잔인한 학살을 거듭했던 종교전쟁이었다. 구약성서에도 전쟁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들 에게 땅을 주기 위해 하느님이 직접 전쟁을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 도는 악에 맞서 싸우지 말라고 말했다. 마태복음에선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한 뺨도 내놓으라”고 했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냉엄한 현실세계가 예수의 말씀을 그 대로 따르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러 세기 동안 기독교 신학자들은 기본적으로 평 화주의적인 기독교 신앙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전쟁을 일으키려는 인간들의 욕 구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조절할 것인가에 머리를 싸맸다. 정의의 전쟁론이 오늘날과 같은 정치적 이론으로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3세기 기독교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러서였다. 아퀴나스에게 전쟁이란 (초기 기독교도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언제나 죄악(sin)은 아니다. 아퀴나스에게 정의의 전쟁이란 (악의 세력 때문에 흔들린) 평화를 되찾으려는 노력이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한 정의의 전쟁은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하느님이 우리를 전쟁 으로 이끌며, 평화롭게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제 전쟁과정에서 ‘정 의의 전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던 십자군전쟁도 출발점은 기독교적 정의 의 전쟁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독교적 성전(聖戰) 개념은 이단세력들을 몰아내 기 위한 십자군 원정을 합리화하는 이념적 바탕으로 작용했다. 그런 성전 개념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이 토마스 아퀴나스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언급한 하느 님의 정의론을 이어받으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법사상을 끌어들여 전쟁을 설명한다. 즉 전쟁이란 첫째, 하느님의 법을 지키기 위한 자연적 수단이며, 둘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인간사회의 공동선(common good)과 평화를 유지하려 는 자연적인 수단이다. 그렇기에 아퀴나스의 정의의 전쟁론은 정당한 권위를 지 닌 기독교 무장집단이 전쟁의 올바른 명분과 목적을 지녔다면, 이단자들을 죽이 는 것이 허용된다.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기독교 공동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논 리에서였다. 적을 벌하는 것은 기독교적인 도덕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다.16) 아퀴나스의 세 가지 요점 정의의 전쟁론과 관련된 아퀴나스의 요점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주 16)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ae, translated by Fathers of the English Dominican Province (London : Burns Oates & Washbourne Ltd., 1916), Ⅱ-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