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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연구 제126집 69 세부적인 규범들(norms)을 월저는 ‘전쟁협약(war convention)’이라 일컫는다.8) 여기에는 전쟁행위에 관한 전문적인 국제법 조항들은 물론이고, 전쟁에 관련된 전통적인 관습들, 종교적 철학적 원리들, 국가간의 상호협정 등이 포함된다. 월 저에 따르면, 국가들끼리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전쟁협약이 정의의 전쟁론의 바 탕을 이룬다. 전쟁협약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토마스 아퀴나스로 내려져 오는 서구사회의 오랜 ‘정의의 전쟁 전통(just war tradition)’ 사상이다. 1. 아리스토텔레스 “전쟁의 최종목표는 평화” 서구에서 정의의 전쟁론이 거론된 역사도 동양만큼이나 오래됐다. 그 출발점은 고대 그리스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찾아진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들끼리 의 잦은 전쟁, 그리고 동양의 페르시아 문명권과의 잇단 전쟁을 거치면서 전쟁이 우리 인간사회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전쟁은 훗날 다른 곳들에서 벌어진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정의의 전쟁 규범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 글의 초점인 전쟁종식 의 정당성( jus post bellum) 기준을 지켜 전쟁 뒤 패전한 도시국가의 재건에 승 전한 도시국가의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선 사례도 없다. 이 전쟁을 후세에 자세히 전한 투키디데스의 기록을 보면, 지켜진 경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훨씬 많았다. △ 지켜진 경우 : B.C. 428년 아테네의 식민지나 다름없던 레스보스 섬사람들 이 반란을 일으켜 스파르타 편에 붙으려 했다. 아테네 군대는 레스보스 섬의 수 도인 미틸레네를 점령한 뒤 선동가 클레온의 주장에 따라 성인남자들을 모두 죽 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노예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날 아테네 군대는 그런 결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판단을 내린 다음 반란 주모자들만 가려 처 형했다. △ 지켜지지 않은 경우 :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지중해의 작은 섬 멜로스는 스파르타 식민지였다. 아테네는 이 멜로스 섬이 지닌 전략적 가치 때문에 30척을 주 8) Michael Walzer, Just and Unjust Wars (Basic Books, 1977), p.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