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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전쟁사Ⅰ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론의 한계 및 대안모색 68 군사연구 제126집 Ⅱ. 전통적 ‘Just War’ 이론의 고찰 서양의 정의의 전쟁론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 로 한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사상가들과 휴고 그로티우스를 비롯한 법학자들 의 공통된 연구주제였다. 중세의 신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세속화된 정의의 전쟁 론을 편 그로티우스(1583~1645)는 그의『전쟁과 평화의 법』(1625년판)에서 전쟁 을 엄격한 법의 원칙으로써 규제하려는 희망을 품었다. 그로티우스가 살았던 16 세기말과 17세기는 유럽을 피로 물들였던 30년 전쟁(1618~1648년), 폴란드 독립 전쟁 등 여러 전쟁의 기억이 생생할 때였다. 그래서 그로티우스는 이렇게 한탄했 다. “나는 기독교 세계를 통틀어 야만인들이라도 부끄럽게 여길 만큼 전쟁에서 무법(lawlessness in warfare)이 행해지는 것을 보아왔다. 사소한 구실을 내세워, 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들은 무장을 서둘렀다. 일단 무기를 들면, 법에 대 한 존경심이라고는 사라져 버린다.”6) 전쟁에 휘말려드는 유럽인들의 광기를 문서 인 법으로써라도 눌러 전쟁의 참화를 막겠다는 의욕을 지녔던 그로티우스는 국가 의 주권개념보다 상위인 자연법사상에 따라 국가의 주권을 제한하면서, 외부의 침입에 대한 자기방어를 정의라 여겼다. 그러나 그로티우스 이후의 시대인 18세기부터는 자연법적인 정의의 전쟁 개념 보다는 저마다 주권을 지닌 국가가 전쟁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주권국가의 합리 적 결정이므로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었다. 전쟁을 보 는 이런 시각은 18세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로 커다란 충격을 받고 그런 가운데 국제연맹이 구성되는 시기까지 국제법학계를 지배했다.7) 따라서 전쟁행위 의 정당성(jus in bello)의 문제나 어떻게 전쟁을 잘 마무리하느냐는 전쟁종식의 정당성(jus post bellum)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전쟁을 잘 치러 승리하느냐 가 더 중요시 됐다. 그렇듯 정의의 전쟁 담론은 시들해졌다. 현실적으로도 정의전 쟁론을 펴는 목소리보다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견해가 주류를 이룬 까 닭이다. 그렇기에 전쟁의 규범을 담은 전쟁법이 중요해진다. 어떤 것이 정의의 전쟁 행위이고, 어떤 것이 불의의 전쟁행위인지를 가려내는 주 6) Hugo Grotius, The Rights of War and Peace, translated by A.C. Campbell (Adament Media Corporation, 2001), Preface. 7) Hedley Bull, ed., Hugo Grotiu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Oxford University Press, 200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