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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전쟁사Ⅰ 정의의 전쟁(Just War) 이론의 한계 및 대안모색 66 군사연구 제126집 ▲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반란군연합군에게 팔이 잘린 두 형제 시에라 리온 내전이 세계적으로 눈 길을 끌어온 가장 큰 이유는 그 참혹 상 탓이다. 1991년 시에라리온 동부 밀림지대에서 반란의 깃발을 올린 RUF 반군들은 도끼로 양민들의 손목 을 자르는 테러전술의 전쟁범죄로 악 명을 얻었다. 두 손목을 도끼나 칼로 잘린 채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 부상 자들이 바로 시에라 리온 내전의 희생 자들이다. 내전 과정에서 약 2~3천명이 손목을 잘린 것으로 추산된다. 농경사회인 아프 리카에서 손목을 잘린다는 것은 하루하루를 노동으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 겐 생존수단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곧 죽음을 뜻했다. 이 글은 지구촌 분쟁지역들을 취재해온 필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평 화’(just peace)가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자리잡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에서 비 롯됐다. 이 글이 주장하는 요점부터 먼저 밝힌다면,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은 정의로운 평화의 실현을 통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증대를 그 목적으로 삼 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된 의미의 평화는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워야 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쟁이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하 는 바는 바로 정의로운 평화와 인간안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 “온건한 전쟁이란 없다” 전쟁은 그 폭력적인 성격상 온건하게 벌어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전쟁들은 잔 혹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온건한 전쟁’이란 어법상 맞지 않는다. 19세기 프러 시아의 군사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도 그의『전쟁론』에서 “온건주의를 전쟁 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논리적인 모순을 저지르는 일이다”고 못 박았다.5) 클라 우제비츠는 미개민족끼리 벌이는 전쟁이 문명민족끼리 벌이는 전쟁보다 훨씬 잔 혹하고 파괴적이라 했지만, 가장 문명화된 민족끼리의 전쟁도 폭력적임을 인정했 다.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말대로, 전쟁행위란 본질적으로 적의 의지를 꺾어 굴 주 5) Karl von Clausewitz, On War, translated by Michael Howard & Peter Paret. (New Jersey : Prinston University Press, 1976),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