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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연구 제126집 65 Ⅰ. 머 리 말 인류역사는 곧 전쟁사다. 인류사를 돌아보면 피의 역사로 가득하다. 한 전쟁연 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이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황하강 유역 등에 서 문명사회를 이루기 시작한 이래로 지난 3400년 동안 전쟁 없이 지낸 기간은 겨우 268년이다.1) 우리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렀지만, 전쟁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두 가지 측면에서 다행이라 한다면, 하나는 제3차 세계대전과 같은 지구적 규모의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 았고, 다른 하나는 핵전쟁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2) 지구적 규모의 대량학 살이나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지역적인 분쟁과 거기서 비롯된 전쟁(국제 분쟁 또는 내전)은 늘 있어왔다. 따라서 유엔(국제연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는 지난 60년 동안 푸른 헬멧을 쓴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왔다.3) 필자는 세계의 여러 분쟁지역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처참한 모습들을 가까이에서 보았다. 그러면서 평화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그러나 “영구 평화는 무덤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던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영원한 평화는 현실적으로 아득히 먼 곳에 있음을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00 년 서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시에라 리온에 갔을 때, ‘정의로운 평화’를 더욱 생각하게 됐다.4) 1991년부터 내전이 벌어져온 시에라 리온은 10년 내전으로 만신 창이가 된 상태였다. 인구 5백만명 가운데 2백만명이 피란을 갔고, 20만명쯤이 죽 었다. 부패한 정부는 허약한 정부군을 거느렸고, 포데이 산코를 지도자로 한 반군 인 혁명연합전선(Revolutionary United Front, 약칭 RUF)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밀집한 동부 지역을 점령해 이른바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사들여 내 전을 끌어갔다. 주 1) Paul Shaw & Yuwa Wang, Genetic Seeds of Warfare (Boston:Unwin Hyman, 1989). p.3. 2) 1945년 이래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되지 않았으나, 각국이 보유중인 2만 7천개 가량의 핵무기는 인류를 파멸시킬 가능성이 큰 변수다. 데이비드 코트라이트(노트르담대학 국 제평화연구소 연구원)는 “세계가 제2차 핵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제2차’란 지 난 냉전시대와는 달리 핵 위험이 더욱 퍼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에서다. “The New Nuclear Danger”, America 195, no. 19 (11 December 2006): 18-22. 3) 2008년 8월말 현재 8만 2천230명의 평화유지군(군인, 경찰)이 전세계 19개 분쟁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유엔평화유지군의 파병 숫자로 보면, 유엔이 평화유지활동을 시작한 지 58 년이 흐르는 동안 2008년이 가장 많다. http://www.un.org/Depts/dpko/dpko/bnote.htm. 4) 김재명,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서울 : 지형, 2005) pp.259~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