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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연구 제126집 181 7월 15일 많은 피해를 입은 조선수군은 영등포에서 칠천량으로 함대를 이동시 킬 때, 왜군은 즉각적인 반격을 하지 않고 조선수군의 해상이동상황만 파악하고 있다가 야간이 되어서야 수백 척의 전함으로 포위하고 다음날 7월 16일 새벽 4시 경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서 원균의 함대를 궤멸시키게 된다. 왜군이 대규모 함 대임에도 불구하고 원균의 함대가 주간해상도피하는 상황에서 공격하지 않고 상 황만 주시한 것은 실제 추격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전투력이 없는 것처럼 연출하면서 상대의 허(虛)를 유도하고, 전력을 보여주지 않고 전투력을 복 원하면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 조선수군을 완전 궤멸시키기 위한 허식이라 할 수 있다. 조선수군의 전술에서도 ‘허식’을 찾아 볼 수 있다. 원균은 통제사가 되기 전에 올린 장계에서 ‘수군이 가덕도에 주둔 하면서 경선 몇 척과 수백 명의 군사로 절 영도 밖에서 무위를 떨치면 가토 기요마사는 평소 해전이 불리한 것에 겁을 먹고 있었으니 군사를 거두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수군을 이용한 모의, 가장, 연출의 해로차단 전술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비변사 및 도원수를 포함한 조정신료들은 수군으로 하여금 부산 앞 바다를 왕래하면서 왜군이 자유롭게 도해 하는 것을 저지해야 된다는 적에게 보여주기식의 해로차단 전술을 지지하는 입장 을 취하였는데, 이것 또한 허식의 전례라 할 수 있다. 라. 궤도로 본 칠천량 해전분석 궤도에서는 적의 태세를 약화시키기 위하여 적 스스로가 기만당할 수 있도록 이로움을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 피․아 공히 기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적에 게 위협을 가하면 적은 그에 따른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마련이고, 허점을 보이면 적은 대비태세를 느슨하게 하기 마련이다. 또한 인간에게 가장 큰 적은 자기 스 스로에게 기만당하는 것임을 궤도에서 전달하고 있다. 왜군은 임란초기의 연패를 본보기로 삼아 강화교섭기를 지나면서 각종 기만과 교란․탐색을 통해서 조선의 强과 實을 회피하고 虛와 弱을 노려 공기무비(攻其無備) 출기불의(出其不意)로 칠천량 해전을 승리하게 되었다. 임진왜란 초기 패배를 만회하고 조선을 함락시키기 위해서 왜군은 철저히 궤도 사상을 적용하였다. 실이비지(實而備之), 강이피지(强而避之)개념에 의거 임진왜란 초기의 패배를 면밀히 분석하고 조선수군의 강점에 대한 방책을 강구한다. 아다 케와 같은 대형군선 준비와 조선수군의 전략전술 모방 등 재침략 대비를 하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