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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⑭ 99 9일 추움. 이시영이 계곡을 사는 일로 와서 보았다. 아웃 마 을의 토민(土民=토착민)이 늘 찾아오지만 말이 서로 달라 편안히 가르칠 수 없다. 한스럽다. 10일 흐리지만 따스하다. 저녁에 황도영이 왔다. 황신걸이 저녁밥을 먹고 갔다. 11일 눈이 세 치 깊이나 왔다. 집 아이 형식과 황도영이 눈길을 건너 영춘으로 떠났는데, 아이는 유하현의 송사(訟事) 때문이고 황 도영은 집으로 돌아가려 해서이다. 12일 흐림. 어제 온 눈은 거의 다 녹았지만, 개울 밑바닥이 꽁 꽁 얼어 아득히 녹을 기약이 없다. 아이와 손자가 쇠 고기를 보내와 마른 창자를 풀만하였다. 13일 [돌아가신 조부 처사부군 기일이다] 쾌청 하고 따스함. 김영근이 식구를 데리고 와서 보았는데, 옥수수를 파는 일 때문이었다. 저녁에 처는 남기고 그는 집으 로 돌아갔다. 14일 개었다가 늦게 흐림. 거처와 음식이 전에 비하면 조금 낫다. 손자 형칠 을 늘 염려하는 것이 송아지를 두고 온 어미 소 같아 서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꿈에 처숙 소암공을 뵈 었다. 15일 눈이 내렸다. 손자 창로가 합니하에 가서 머물러 잔다. 또 꿈에 소암 댁의 어린 자제들을 보았는데, 이 집이 움직여 올 의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16일 또 눈이 오다. 윤인보가 와서 보고 점심을 먹고 갔다. 꿈에 둘째 아우 서산(曙山 - 金紹洛)을 보았다. 장차 서울을 떠나 려 할 때 서신을 써서 조종필에게 부쳤는데, 조카 정 식(政植, 김소락의 셋째 아들)이 손자 창로에게 보내 는 서신을 받아보고 고향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았다. 조카 규식이 2월 그믐께 들어올 것이라 한다. 농사 는 이미 시기를 놓쳤고 집도 없으니 어찌 하나? 대개 그 솜씨는 모자라고 일은 벅차서 몸을 바쳐도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일 터인데, 비록 들어오기로 약속 했다고 하나 달리 무슨 좋은 방도가 있으랴? 안타깝 고 염려된다. 이날 저녁 이세명이 와서 자고 갔다. 고적하던 터 에 위로가 되고 회포가 풀린다. 17일 눈. 조카 정식이 김달의 부인을 데리고 들어왔는데, 추 가가로 갔다고 하니, 아마 수일 후에나 여기 도착하 게 될 것 같다. 고향 소식에 마음이 급급하여 초조하 게 기다려진다. 18일 이동녕과 이철영이 와서 보고, 학교를 짓 는 일을 대략 말해주었다. 19일 손자가 요지구(鬧枝溝)의 윤인보 거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