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page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⑩ 99 8일 짐 꾸러미 중 각처에 흩어두었던 것이 숫 자대로 들어왔으나, 다만 단단하게 묶지를 못하여 빠 뜨려 잃어버린 것이 제법 많다. 아이들의 매사가 서 툴고 소홀하니 고민이다. 집의 아이가 북산으로부터 돌아와 청인 집의 두 칸 방에 세 들었는데, 다섯 달 기한에 세(貰)가 6원이라 한다. 손자 창로가 다시 단구로 간다 하니 아마 집을 알 아볼 계획인듯하다. 요사이 같은 눈길은 무슨 수로 무릅써 넘어갈지 가여운 생각이 그치지 않는다. 문극 이 남초(南草=담배) 한 봉지를 보냈다. 한 달 양식이 될 것이니 기쁘다. 보따리 속에서 아버님의 유고 세 책이 나왔는데, 틀린 글씨 빠진 글자에 금근(金根)의 한탄을 이길 수 없다. 쓰다듬으며 느껴 울던 끝에 사율(四律) 일절을 읊다. (서두에서 소개한 시이다) 9일 맑음. 또 꿈에 아버지를 뵈었다. 나를 불러 앞으로 오게 하시더니, “여기 동삼(童蔘)이 있다”고 하신다. 봉함 을 여니 중국 먹 한 자루가 들었는데, 사향 냄새가 코 를 찔렀다. 10일 구름이 끼어 흐림. 또 이소암(李小菴) 꿈을 꾸었다. 11일 비와 눈이 내림. 이선구와 이명선이 와서 점심을 먹었다. 12일 아이와 실이(實伊)가 다시탄으로 갔다. 김 달과 이장령이 저녁을 먹고 갔다. 손자 아이가 추가 가에서 쇠고기를 사왔다. 13일 이상룡이 와서 잤다. 김달이 점심을 먹고 갔다. 14일 눈. 이형이 기어이 출발하여 돌아갔다. 오래 못 만났던 끝이라 서운함을 이길 수 없다. 하물며 날씨가 이러 김대락의 남만주 서간도 지방 이주·망명 기록인 『백하일기(白下日 記)』와 『서사록(西徙錄)』 김대락의 아들 김형식이 김대락의 글을 모아 편집한 『선고유고(先 考遺稿)』(이상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