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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2024년 7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 í�� 沙=물여우가 모래 밑을 파헤치는 짓으로 백성들 을 암암리에 피폐하게 한다는 의미)의 뜻을 품고 밖 으로는 여우같은 짓을 할 계책을 이루려는 것이다. 그 하는 짓을 따져 보면 지난 일은 뻔히 알만하다. 그런데도 아, 이렇게 집제비나 잠방이 속의 이처 럼 고식적(姑息的)인 것에 편안해 하니, 학사에서의 피 끓는 공부를 춤춘 뒤의 풀 강아지 보듯 하며, 태묘 (太廟)에서 압관(厭冠) 쓰는 일을 변란을 당했을 때의 상례(常禮)로 일삼고 있듯이, 한 번 겪고 두 번 겪으 면서 마음도 함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는 어리석 음이 아니면 미혹(迷惑)함이니 어찌 논할 가치나 있 겠는가? 격동하지 않으면 발휘되지 않으니 도리어 나로 하여금 분기(憤氣)만 돋게 한다. 한 마리의 개가 짖으면 백 마리의 개가 소리 내어 짖고, 한 마리의 기러기가 서리에 울면 뭇 기러기가 돌아간다. 새나 짐승도 오히려 그러거늘 사람이 그 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열 사람이 모이면 열 사람의 단체가 되고, 열 사람부터 시작해서 백 사람이 모이면 백 사람의 단체가 된다. 나라를 보기를 내 집 보듯이 하고 다른 사람 보기 를 내 몸같이 한다면 한 사람의 몸이 만인의 단체를 이루고 한 집 안에 온 나라가 연결된다. 아아, 그대들 어깨에 짊어진 것이 무겁다! 재주를 어찌 다른 시대 에서 빌릴 것이며, 일을 어찌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예측하겠느뇨? (중국의) 판천(阪泉)과 탁록(涿 鹿)의 땅에서 일어난 일은 애초에 내가 보거나 가본 것도 아니고, 한사(한 사)와 당감(唐鑑) 등에 실린 내용도 단편적인 기사일 뿐이다. 중국의 역사에서 찾는 것이 어찌 우리나라 에 신령스런 위인이 태어난 것을 찾는 것만 하겠으 며, 외국의 역사서에서 증거를 찾는 것이 어찌 우리 나라의 역사서에서 찾는 것만 하겠는가? 대개 우리나라는 단군 기자 이래로 예악과 문물이 중국과 짝했고, 도학(道學)과 문장에도 인재가 줄줄 이 나와 천하가 놀라 그 풍채를 사모하게 된 것은 윗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의리와, 몸을 버리고 도에 나아가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문을 닫고 적과 싸운 양만춘, 왜적을 물리치고 백제를 정복한 김유신, 한 손으로 당나라에 항거한 을지문덕, 황소(黃巢) 토벌의 격문을 쓴 최고운[최치 원], 치술령의 박제상, 선죽교 위에서 죽은 정포은[정 몽주] 등의 일들은 전대의 일이니 오히려 먼 옛날의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임계(壬癸)의 변란(=임진년 계사년 변란. 곧 임진왜란)에 이르러서는, 나라가 생긴 이래 없었 던 일이었지만 역사책에 기록된 것이 끊임이 없고, 삼한(三韓)의 오래된 가문에서는 가슴을 헤치고 받은 화살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백년 된 터에는 장사(壯 士)의 영용한 풍모가 어제 일처럼 남아 있으니 누군 들 이들의 아들이 아니며 손자가 아니겠는가? 직접 몸으로 겪고 눈으로 본 것처럼 황연하지 않은가! 아, 저 조상의 음덕을 이어 벼슬에 올라 대대로 국 은을 입은 이라면 어찌 더욱 맹세코 마음을 움직이 지 아니하겠는가? 초야에 있던 영웅은 본래 눈이 네 개이며 입이 두 개인 것은 아니다. 공신각에 영정이 보관된 공신들은 다 칼과 창으로 혼백을 삼았다. 하 물며 돈과 곡식, 갑옷과 무기는 본래 유자들의 본분 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용병의 전략은 우리 집안의 좋은 물건과 다름이 없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안에 어찌하여 손오(孫吳)와 관갈(管葛) 같은 인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