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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⑤ 97 청나라 사람 4명이 말 두 마리를 끌고 농기구를 가 지고 와서 집 뒷밭을 갈아 주었다. 이틀간이나 일을 하고도 품삯을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는 집 아이 의 친구여서라 한다. 이 지방 풍속의 아름다움이 사 람을 감동케 할 만하다. 3일 따스함. 추전(秋田)으로 가려다가 위태로운 다리에 막혀, 되돌아서 청나라 사람의 가게에 들렀다. 주인 내외가 술을 내놓고 즐겁게 마시는데, 이들이 곧 어제 찾아 와 밭을 갈아 주던 사람들이다. 타고난 바탕이 순수 하고 아름다워 조금도 꾸미는 모습이 없으니, 사랑스 럽고 또 칭찬할 만하다. 조카 정식(正植, 1888~1941,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과 이서방 문형(文衡)이 왔다. 울적하던 터라 나그네 회포에 조금 위로가 된다. 그러나 길조심에 구애되어 편지 한 장 볼 수가 없 으니 그리운 심사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김(金) · 윤 (尹) 두 벗이 집 아이와 함께 못에 들어가더니 고둥과 조개를 몇 그릇이나 주어 왔다. 고둥은 밤과 같고 조 개는 크기가 전복만 한데, 삶아서 간을 맞추어 먹으 니 해물을 대신할 만하다. 4일 바람이 따뜻하고 날씨가 맑으니 비로소 여름이 될 기미가 보인다. 장만해 둔 논에 지금 처음 씨를 뿌리는데, 그 종자가 성겨 다시 모를 옮겨 심을 일이 없다. 그대로 둔 채 키우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 의 유두화(流頭禾)와 같다고 한다. 대개 이곳은 농사 철이 너무 늦은데다 사람들이 따라서 느리고 게으르 다. 우리나라에 견주면 농사일에 게으름이 너무 심하 니 이와 같고도 어찌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랴? 우스 울 뿐이다. 울진 살던 윤응규(尹應奎)가 찾아와 보고 갔다. 5일 비가 종일토록 그치지 않는다. 흙빛이 검 고 미끄러워 나막신이나 기름먹인 장화가 아니고서 는 온통 발을 갖다 붙일 곳이 없다. 사방에 움푹 패인 곳을 메울만한 주먹돌이 없어, 구들을 만들거나 담을 쌓을 때는 모두 벽돌을 구워 만든다고 한다. 6일 맑음. 주사(主事) 이장녕(李章寧)이 머리를 깎고 청나라 사람의 복색을 하고서 찾아왔다. 곽(郭) 아무개 형의 모부인도 만주로 올 때 함께 왔다는 정의(情誼)로 와 유하현 삼원포 대고산에서 바라본 추가가 전경(2011년, 독립기념관 제공)자치조직인 경학사가 조직된 대고산 전경(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