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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024년 4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5일 맑음. 걸어서 강가에 나갔다. 청나라 사람 하나가 염소와 양 70여 마리를 몰고 강을 건너 꼴을 먹이는 것을 보 았다. 장차 돌아오려 할 때는, 팔을 휘둘러 내리고 올 린다. 중국의 가축을 길들이는 풍속이 소와 말에 이 르러서도 또한 그러하다고 한다. 6일 바람이 불더니 추워짐. 대구의 윤(尹)씨 아들 상한(尙漢)이 왔다. 7일 맑음. 두릉에 우거하는 매부와 종손녀, 그리고 낙응(洛 應) 형이 동시에 들어왔다. 낙응 형은 점심을 먹고 떠 나고, 가객(家客) 김사용(金思容)과 윤일(尹一)이 대구 의 윤필한(尹必漢)을 맞이하기 위해 차거우(車渠右)로 떠났다. 8일 맑으나 바람. 이장녕(李章寜 ) 형이 초산(楚山)에서 소 두 마리를 사서 돌아왔는데, 두 마리 값이 1300금이라 한다. 이 명세(李明世)가 사는 곳에서 와 보았다. 오늘이 부처 의 탄신일인데, 이곳 풍속에도 이날을 1년 중의 큰 명절로 여겨, 집집마다 술과 안주를 차려 즐겁게 논 다고 한다. 9일 맑음. 석주 이형(=이상룡)이 우소에서 와 보았다. 이는 아마 내가 유하현에 갈 일이 있기 때문에 기일에 앞 서 전송하려는 것이리라. 애써 만류하여 하룻밤 이야 기를 나누려 하였으나, 그의 아우 덕초(德初=이봉희) 가 새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기어이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여러 달 헤어져 있던 나머지라 형편이 진실로 그러할 것이다. 손을 잡고 동구를 나 가서 서글피 서로 이별하였다. 비록 앞으로 만날 약 속을 두었으나 서운함이 더욱 심하다. 내일 출발해야 하는데 짐꾸러미를 보낼 도리가 없 다. 가아(家兒)가 노새를 사기 위해 아침 후에 두릉으 로 떠나더니 저물 때가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는다. 근심스럽고 근심스럽다. 예안(禮安) 부포(浮浦)에 사 는 이원식(李元植)이 내간(內間)에 들어왔는데, 모두 같은 파의 지정 간이기 때문이다. 객지에서 만나니 정의(情誼)가 각별하다. 10일 맑음. 오늘 출발하려 하였으나 사온 소바리에 덮을 길마 가 없다. 집 아이가 곳곳에서 사려고 구하였으나 사 방에 구할 길이 없어, 부득이 짚을 엮어 길마를 만들 고 다음날 출발할 계획을 세웠다. 자치단장 이조(李 藻)가 와서 나를 만나려고 하더니, 공무에 묶여서 부 단장을 보냈다. 편지에 써서 보낸 뜻이 겸손하고 단 아하고 조심스러우니 참으로 청(淸)나라의 문망 있고 고상한 선비다. 성의를 저버릴 수 없어 시 한 수로 사 례하였다. 11일 길을 떠나 파저강(婆瀦 江, 압록강의 한 지 류)에 이르렀다. 매어둔 대나무 뗏목이 무거운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지라 사람은 배 두 척에 나누어 타 고, 말과 소는 헤엄쳐 건너게 하였다. 문극(이준형) 이 와서 묵고 전송하였다. 강 머리에 이르러 짐을 내 리고 실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에게 짐을 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