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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⑬ 95 가 넘도록 안부를 살피지 못한 나머지라 매우 놀랍고 두렵다. 또 서오(瑞五) 상형(庠兄)을 만나서, 잠시 말 을 나누었으나 기억나지 않는다. 19일 눈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꿈에 순약(舜若)이 나의 시고(詩藁)를 보고는 자못 품평하는 말을 하고, 또 차운시(次韻詩)를 지었다. 이 미 잠에서 깨어남에 모두 남가일몽일 뿐이니 한스럽 다. 아침에 평해 살던 이극연이 와서 만초가 올 것이 라 했는데, 끝내 오지 않으니 아내에게 붙잡혀서인 가? 저녁에 조하기, 황병우, 황병일, 황만득, 황병탕, 장 두병 등이 항도촌에서 들어왔다. 웅덩이 같은 좁은 방에서 살과 뼈를 비비며 밤을 나려니, 참으로 노쇠 한 사람이 견딜 수 없다. 어디에서 넓고 큰 집을 구하 여 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또 집주인이 매가 새를 쫓는 것처럼 구박을 해대니 통탄스럽다. 20일 맑음. 황병일은 그대로 머물고, 저녁에 평해 사는 이병세 와 조석구, 이출이가 와서 잤다. 석구가 체하여 고통 스러워하는지라 약을 써서 치료하였다. 22일 집 아이가 단구에서 왔다. 합니하는 송곳 꽃을 땅도 없기 때문에 다시 단구에 뜻을 두고 있다. 23일 바람 불면서 추움. 집 아이와 김영근이 단구로 떠났다. 집값을 치루기 위해서였다. 이병삼이 와서 고추와 콩과 소금을 구하 는데 합해서 5원 7각을 구하기에 그대로 내주었다. [고추는 대두 한 말에다가 반의 반 말이고, 콩은 반의 반말, 소금은 100근] 저녁에 황서방 병일과 조석구가 1912년 1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서간도지역과 북만주 일대를 답사하며 만주 망명을 모색했던 영남 유학자 회당 장석영(왼쪽)과 그가 쓴   기행문 『요좌기행(遼左紀行)』(이상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