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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⑪ 95 걱정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다. 더구나 그 아비가 이 곳에 있어 그 외에는 아무도 치료할 사람이 없으니 더욱 가련하다. 8일 꿈에 옛집으로 들어가 대청을 청소하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셨다. 또 소암(小菴) 처숙(妻叔) 과 병호시비(屛虎是非, 1620년 이후 안동을 비롯한 영남 유림이 호계서원의 위패 등 설치 문제를 놓고 호파(虎派)와 병파(屛派)로 나뉘어 전개한 쟁단[鄕戰]) 를 논했는데 괴상한 일이다. 집 아이 형식(아들 김형 식)이 우거로 돌아갔다. 9일 또 꿈에 아버지를 뵙고, 다시 국오옹(菊 傲翁=김진호 金鎭皓)을 뵙고 진보(眞寶) 현령의 문 장이 묘함을 논하였다. 또 고향집 부근에 투장(偸葬, 남의 땅에 몰래 묘지를 씀) 사건이 있었는데, 괴상한 일이다. 10일 꿈에 어머니 산소를 옮겨 모셨는데, 그곳 이 어딘지를 살피지 못하였다. 한스럽다. 11일 맑음. 실아가 간 후로 다시 다시탄 소식을 듣지 못하여 답답하다. 후아(後兒)가 바깥바람을 쐬었으니, 열흘 쯤 후에는 변동이 있을 것 같다. 객지에서 외로이 지 내면서 무슨 수로 병구완을 할꼬? 너무나 가엽고 안 쓰럽다. 이날 밤, 손자 창로가 꿈에 기이한 조짐을 보 았다는데 이것이 혹 며늘아기의 득남할 징조인가? 12일 영해의 벗 이유건(李裕建)이 오는 인편에 학내(學乃)의 편지와, 만식(萬植=백하의 조카. 건국훈 장 애족장 추서)이 집아이에게 보낸 편지를 받아 보 았다. 고국을 떠나 고향을 그리는 슬픈 마음이 더욱 사람으로서 견딜 노릇이 아니다. 만식의 편지 속에 또 어머니 산소의 면례를 치렀다는 말이 있었다. 과 연 꿈이 허사가 아니니, 자식으로서 가슴 아프고 절 박한 심정을 도저히 주체하기 어렵다. 13일 눈. 영해 살던 이유인(李裕仁)이 왔다. 이날 밤 꿈에 또 아버님을 모셨다. 김대락이 만났던 이석영(1855~1934)의 초상화(남양주시 제공) 이석영 6형제의 남만주 서간도 망명길 상상화(우당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