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page

94 2025년 1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들은 대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극히 놀랍고 개탄스러 운 일이다. 아들은 30리 밖에 있고, 손자는 백리나 되는 곳에 서 일을 하는데, 앉은뱅이처럼 붙박혀 살아가려니 이 리저리 걱정이구나. 이른바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사납고 강퍅하기 비 할 데 없다. 먼저 내 마음을 수양하여 겨우 예봉을 피 해 나가는 터인데, 경우 없이 제 멋대로 포학과 구박 이 너무 심하다. 저 놈이 틀림없이 내가 외롭고 약한 것을 보고 그 버릇을 내는 것이다. 분통을 겨우 시를 지어서 풀어본다. 12일 늦게 갬. 송덕규가 와서 보았다. 합니하(哈泥河)의 들과 집 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모두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 라 매우 답답하고 염려스럽다. 까끄라기를 등에 진 듯하여 곧 이 집을 벗어나고 싶으나, 아이와 손자가 모두 조처하지 못하니, 바로 이른바 ‘얼어 죽은 참새 보다 헐한 목숨, 어찌 날아 떠나지 않는고’라 한 말과 같다. 13일 아침에 눈이 오다가 저녁에 갬. 윤상우가 와서 보았다. 나이와 뜻이 상당하여 편안 하게 긴 밤을 지낼 수 있었다. 고맙고 고맙다. 14일 약간 추움. 실아가 와서 둘째 아이의 집이 평안하다는 소식 을 전해 주었다. 김영근을 보내어 손자 창로의 행색 을 쫓아 찾게 했더니 영춘원에 도착하기 전 중도에 서 만나서 왔다. 열흘 동안 문지방에 기대서서 기다 렸던 터인데, 별로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없는 것이 다 행이다. 『삼국지』, 『수호지』 두 가지 책으로 눈을 가리고 근 심을 씻을 자료로 준비했으나, 파리 대가리만 한 작 은 글자 때문에 한껏 즐기기에 곤란하다. 작년 서울 에 머물러 있을 때 돋보기안경을 사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15일 맑음. 밤에 보니 산 달이 창문으로 스며들고 맑은 풍광이 사람을 핍박하는데, 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성정 이 발현하는 대로 율시 한 수를 지으니, 이는 또한 고 향 그리는 서글픈 회포이기도 하다. 16일 흐림. 꿈에 부모님을 뵙고, 또 소암(小菴) 이공을 만났다. 가아(家兒)가 유하현으로부터 출발하여 길에서 자고 아침에 도착하였다. 바로 창손과 함께 영춘원으로 출 발했는데, 이는 새주인과 옛주인이 바뀔 때 집주인의 독촉이 있을까봐서이다. 이병삼(후일 신흥강습소 교 관 이장녕의 부친)이 와서 놀았다. 점심으로 수제비 를 대접하였다. 김달이 저녁을 먹고 갔다. 17일 맑음. 들으니 가아는 합니하로 향하고 창손은 대사탄으 로 향했다고 한다. 손자 정로와 정동수가 대사탄에서 돌아왔다. 18일 흐림. 작은 아버지께서 병환이 드신 꿈을 꾸었다. 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