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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024년 2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0일 맑음. 아침에 이병삼 의 편지가 집 아이 형식에게 왔다. 이 르기를, “소를 잡 았는데 나누어 먹 고 싶다” 하는지라 아이와 생질 문극 (文極=이준형. 이 상룡의 아들)이 고 기를 나누어 왔다. 대낀 조밥에 대갓 집 부엌의 고기가 하나는 호사스럽고 하나는 검박하 여 걸맞지 않으니 우습다. 거리에서 땔감을 샀다. 값 은 십구 냥(兩)이나 되었는데도, 더미는 겨우 서너 사 람이 질만한 무게이다. 온갖 물가가 올라 간난군색이 심하니 탄식이 난다. 11일 맑음. 집의 아이가 장선순(張省順)을 가서 만나 우리집 짐꾸러미를 그 인편에 보내 왔는지 알아보니, 떠난 차에 급히 보냈으므로 이미 새 거처에 도착하였으리 라 한다. 목전에 당한 군색한 형편은 이전 그대로다. 이런 일이야 미리 헤아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오히 려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나, 첫째로 손자 창로(昌魯)가 아직 도착하지 않으니 염려가 놓이지 않는다. 12일 가는 눈이 비로소 개어 흐리다가 혹은 햇 볕이 나기도 한다. 괴롭게도 쾌청한 날이 전혀 없으 니, 수심스럽고 괴롭다. 지나온 마을마다 매양 신사 (神祠)를 지어놓은 것이 토속의 독신(瀆神. 강이나 도 랑을 주관하는 서낭)인 줄 알고 마음에 매우 비루하 게 여겼었는데, 지금 듣자하니 임경업 장군이 성경 (盛京=요녕성 瀋陽. 일명 봉천) 삼성(三省)에 공이 있 어 해마다 제사를 차려 숭봉(崇奉)의 예를 지극히 한 다고 한다. 비록 역사에 전하는 바는 없으나, 감상의 회포가 없지 못하다. 알지 못하겠거니와, 연일 바람 이 불고 눈이 내리니, 이는 그 영험한 자취의 징험인 가? 오후에 또 눈이 내려 깊이가 발이 빠질 정도였다. 13일 맑음. 사온 소 한 마리가 일꾼도 없고 짚과 겨도 없어서 전혀 기를 대책이 없는지라, 부득이 염치를 무릅쓰 고 이병삼의 집으로 보냈다. 이형이 전에 집 아이에 게 나를 위해 대신 길러주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 다. 이형이 이리저리 돌보아주고 염려해줌이 지극하 여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14일 눈이 그치고 바람이 불었다. 울진 평해(平海)에 살던 윤병규(尹炳奎)의 아들 인 경북 울진군 평해읍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황만영 기념비(경북도민 일보 제공). 황만영은 김대락 · 이상룡 일가의 서간도 이주에 직접 · 간 접적으로 연계되었으며, 김대락의 사돈이기도 했다. 김대락 일가에 도움을 준 이병삼의 아 들 이장녕의 대한제국 장교 시절 모습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그는 김대 락 집안과 교류가 많았으며, 신흥무관 학교 교관으로 독립군을 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