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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⑪ 93 필자는 오래전에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배웠었다. 그때 서당의 선생님으로부터 공자의 생애는 『서경』 에서 출발하여 『춘추』로 끝맺음을 했다는 내용을 배 웠다. 공자의 삶은 “역사로 시작하여 역사로 끝맺음 을 했다”는 것이 당시에 필자가 배운 내용이었는데, 지금 백하의 일기를 읽다보니 백하 역시 ‘역사’ 속에 서 자신과 주변을 읽어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서 백하는 머리로는 주( )나라를 생각하고 입으 로는 춘추를 읽으면서 조국의 역사에 통곡하는 자 신 의 모습을 녹여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그즈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풍조를 숭상하여 백하에게 바뀐 시속을 따르기를 강권하곤 하였다. 이러한 주변의 주장에 백하는 깊은 탄식 속 에서 ‘형식은 풍속을 따를 수 있을지라도, 하늘로부 터 받은 본성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취지에서 다음 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런데 동짓달 6일은 마침 백하의 생일이었다. 고 향에서 수 천리 떨어진 망명지에서 생일을 맞은 백 하에게 자손들이 대강 생일상을 차려주자 백하는 ‘곱절로 아픈 회포를 이길 수 없어’서 또다시 율시 한 수를 읊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 그 런데 사실 미역국은 자신을 낳아주시느라 애를 쓰신 어머니가 드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역시 필자가 서당에서 공부할 때 배운 내용이다. 지금 생일을 맞 離鄕何必異於人   고향을 떠난 몸이 하필 사람을 가리랴 隨遇同塵匪所顰    가는 곳마다 함께 어울려야 싫어하지 않는 법 言若以忠蠻貊可   말이 진실하면 오랑캐 땅에서도 통하고 人逢知己弟兄親   사람이란 지기를 만나면 형제처럼 친하네 形猶外也雖循俗   형식은 겉모습이니 풍속을 따르더라도 性者天之豈喪眞   본성은 하늘이 준 것 어찌 참됨을 잃으랴 可惜七旬經士質   아쉬워라, 칠십년 깃든 선비 기질 終然難自與時新   끝내 새로운 시속 함께 하기 어렵구나 경북 안동의 호계서원(경북일보 제공). 400년 넘게 서애 유성룡과  학봉 김성일 두 사람의 위패 위치나 호칭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 었는데, 이를 ‘병호시비(屛虎是非)’라고 한다. 김대락은 11월 8일  꿈속에서 병호시비를 논했다고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