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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2025년 5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912년 5월 여름빛이 점차 성해지는 음력 5월이 되었다. 백하 김대락의 일기는 따가운 날씨를 피해 손자에게 지팡이를 들리어 냇가로  나 가 바람을 쐬면서 가슴 속의 번잡함을 풀어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마주한 백하는 “밤은 고요하고  물 은 차니 고기도 입질을 않네”라는 옛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관조(觀照)하고 있었다. 김대락의 백하일기 ⑰ 5월 하순 때아닌 우박으로 큰 피해, 노심초사 노구(老軀)로 잔병 치르면서도 매일 기록 꼼꼼히 남겨  타향에서 고향 그리며 주위 친척들 만나는 꿈 자주 꿔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백하가 한공(韓公)의 시라고 떠올렸던 이 시는 아 마도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다 음과 같은 선시(禪詩)가 아닌가 생각된다. 밤은 고요하고 물이 차가워 고기가 물지 않으니  (夜靜水寒魚不食)  빈배에 가득히 허공의 밝은 달만 싣고 돌아오네  (滿船空載月明歸)   고향을 떠난 지 벌써 3년째가 아니던가! 그동안 간 간이 고향의 소식들을 들어왔던 백하는 이때 고향에 계신 작은아버지의 소식을 듣고서 ‘묵은 회포, 긴 감 회’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편안하시다는 소식에는 한없이 기뻐하다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 서 는 큰 슬픔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져서인지 당시 백하는 밤마다 그리운 사람들을 꿈에서 만나고 있었다. 5월 한 달간 그의 일기에는 8번에 걸쳐 꿈에서 아버지, 조카, 친구, 할머니, 숙부 등을 만난 이야기가 쓰여 있다. 한편 이미 70을 바라보는 백하는 치아(齒牙)가 없 어서 곤란을 겪고 있었다. 가뜩이나 부실한 식사나 마 제대로 씹지를 못하고 삼키면서 갑자기 심하게 토하는 증세로 고생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젖을 먹으며 살았던 장창(張蒼)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 다. 장창은 한 문제 때의 명재상으로 알려진 인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