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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2024년 12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27일 따스함. 김영근이 손자 창로가 영춘원에서 알리는 기별을 전한다. 단구(丹溝)에는 살만한 곳이 없음을 알겠다. 이주할 날짜가 겨우 보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도 보잘것 없는 집조차 정하지 못하였다니, 근심스럽 고 탄식할 일이다. 28일 눈. 저녁에 손자 창로가 밀가루를 싣고 단위구, 영춘원 에서 신개령(新開嶺)을 지나왔다. 서남 사오십 리 지 경에, 아직까지도 뱁새가 깃들 나뭇가지 하나 얻지 못하고, 추위를 뚫고 눈길을 넘느라 얼굴에 동상이 번졌다. 무릇 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불쌍하고 가련한 마음이 싹트지 않으랴? 이곳에 들어온 지 한 해가 되었지만, 그물에 걸린 토끼를 보고 먼저 놓아주는 의리를 본적이 없으니, 세도와 인심이 참으로 무섭다. 무릇 다 똑같은 사람 의 자식이 아닌가? 아직 형아(衡兒)가 돌아와 얼굴 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고가 생겨서 소송에 얽매 여 있는지 알지 못하여 다시 마음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 29일 맑음. 손자 창로가 추가가에 갔다가 돌아와 고하기를, 그 곳에 스무날갈이(6이랑이 하루갈이) 되는 땅과 다섯 칸 방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사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 또 혹시 난데없이 장난질에 걸려서 막히는 일 은 없을는지? 규식, 정식 두 조카가 이미 길을 떠났는데, 끝내 오 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혹시 또 길이 막히 거나 껄끄러운 우환이 생겼는가? 일은 크고 손은 모 자라는데 무슨 수로 여장을 잘 지킬까? 정식 조카는 게다가 자신의 백리 길 양식조차 준비하지 못했다니 안타까운 염려를 둘 데가 없다. 아침에 집 주인이 큰 돼지 한 마리를 잡는 것을 보 았는데, 살찐 것이 소만 하였다. 굽고 삶는 냄새가 창 을 넘어 풍겨오지만 노인에게 고기 한 점 대접하는 인정을 볼 수 없으니, 지방 풍속의 인색하고 야박함 이 마음에 심히 우습다. 하지만 그런 사람만이 그럴 뿐이니, 어찌 하나를 들어 백을 탓할 수 있겠는가? 꿈에 임하의 산운 형님을 뵙고는 얼른 나가서 안부 를 묻고 술상을 차려 대접하였다. 또 응례 아재와 족 서간도지역에서 활동하던 독립단 광복대가 1919년 경 일제 밀정들 을 대상으로 뿌린 ‘토벌령’(국사편찬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