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page
92 2023년 6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의 의로운 인 사이다. 그때 각라(覺羅 : 청 나라 황제)씨 가 우리 동방 을 치러 올 때 임장군을 두려 워하여 감히 의주를 경유하 지 못했으니, 병자년 이전에 는 적국으로서 서로 대치하는 형편에 있었으 므로 만주인에 게 끼친 공덕 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중에 힘에 밀 리어 할 수 없 이 가도( 椵 島) 와 요동 반도 일대를 정벌하 긴 하였다. 그러나 명나라와 밀통한 죄로 붙잡힐 처지가 되자, 끝내 중도에서 도망하였다. 그렇다면 무슨 잊지 못할 공덕이 이 만주에 미쳤겠는가? 다른 나라 백성에게 은덕을 입혔다는 것이 임장군의 허물은 아니겠으나, 사실이 황당무계하니 매우 의아하다. 14일 준형이 유하현으로 떠나니, 대개 전지와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석오(石吾) 이동녕 (李東寧)에게 편지를 쓰고, 김형식, 조재기, 임석호가 함께 갔다.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다시 3백 리 를 갔다 오는 일이니, 특히 약한 몸이 견디지 못할 것 이나 함께 가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조금 염려가 놓인다. 15일 날씨가 제법 따뜻하여 쌓였던 눈이 점점 녹고 처마의 낙수가 부엌까지 들어와서 아궁이까지 잠길 걱정이 있을 것 같아서, 부득이 집 서쪽의 빈집 으로 거처를 옮겼다. 꺼진 구들에 다 떨어진 창이 하 룻밤조차 지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만리 이역에서 노숙을 면한 것만으로도 다행할 뿐이다. 어느 겨를에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따지겠는가? 어린 것들이 감 기에 들어 병이나 나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걱정스럽 다. 인하여 율시(律詩) 한 수를 읊었다. 16일 국가학을 살펴보니,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똑같은 언어를 쓰는 자는 하나로 결합한다” 여 기까지 읽다가 책을 덮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대 체로 국어라는 것은 국민의 마음의 소리[心聲]이다. 비 록 종족이 다른 사람이라도 국어를 함께 사용하면 자 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정신이 바뀌고 혼연히 하나 의 국민이 된다. 역사로써 그것을 증명해 보면, 이태리와 독일 두 나 라의 국민은 두 개의 종족이 결합하여 이루어졌고, 법 국(法國 : 프랑스)은 세 개의 종족이 결합하여 이루어 졌으니, 모두가 국어로써 동화한 경우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가 어학(語學)을 주요과 이상룡이 편지를 쓴 이동녕(1869~1940) 이상룡을 방문한 이병삼의 아들 이장녕 (1881년~1932). 신흥학교 교관 등을 지내 며 독립운동에 매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