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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5년 1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912년 임자(壬子)년 1월   새해가 밝았다. 이국땅에서 맞는 첫 설날! 고향에 있었다면 당연히 조상을 모신 사당에서 차례를 올렸을 터였지만, 삭막한  민 주에서 마주한 초라한 세수(歲首) 상황에 백하 김대락은 분통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기만 하였다.   당시 망명지 독립운동 집단의 가장 큰 어른이었던 백하의 집에는 새해를 맞아 인사를 올리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하 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살림살이에 백하의 집에서는 이들에게 아무런 대접할 여력이 없어서 맨입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 었 다. 일기에 나오는 ‘자하배(紫霞盃)’와 ‘백설(白屑)탕’이란 단어는 ‘안개를 담은 술잔’과 ‘맹물로 끓인 국’이란 뜻이라고 한다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⑬ 중국 신해혁명 후 공화정 소식 듣고 시세변화 촉각  통화현 합니하 신흥학교 자리 등 알아보며 노심초사 서간도 망명 1년 지났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여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만주에 온 지 1년이 다 되는 이때까지 백하 일행은 제대로 된 정착지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세를 들어 있는 집주인의 무례한 횡포를 견디면서 아들[백하가 가아(家兒), 실아(室兒) 등으로 표현한 김형식]과 손 자[손아(孫兒)라고 표현한 김창로]등이 정착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한편 이 시기 백하의 일기에서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만날 수 있다. 4천 년을 이어오던 군주제가 공화제로 바뀌어 가는 역사의 모습을 백하가 목격하 는 시기였다. 백하는 군주제의 종말을 보면서, 한편 으로는 순임금의 선위를 떠올리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경』 「비풍하천(匪風下泉)」을 떠올리 기도 하였다. 「비풍」은 『시경』 ‘회풍(檜風)’의 마지막 편명이 고, 「하천」은 ‘조풍(曹風)’의 마지막 편명인데, 모두 나라 가 쇠망하는 것을 탄식하면서 치세(治世)를 그리워하 는 내용이다. 이제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백하의 일 기를 읽어보자. 1일 [돌아간 아내 유인 안동권씨의 기일이다] 맑음. 고인을 그리워하는 슬픔이 언제 그러하지 않을 때 가 있으랴만, 새해를 맞이하고 묵은해를 보내는 즈 음이라 더욱 심신을 가눌 수가 없다. 술과 탕, 떡으로 집집마다 가묘에서 차례를 올려야 하겠건만, 초라한 음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한갓 세수(歲首)에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