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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4년 10월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순국스크랩 병장은 부하 장병들이 설이라도 편히 쉬게 하려고 그믐날 밤 무등산 뒤편 첩첩산중인 무동촌(茂洞村, 현재 담양군 남면 무동리)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새 해 첫날(양력 2월 2일)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파수 를 보던 초병에게서 일본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를 받았다. 바로‘의병 잡는 귀신’으로 소문난 광주 수비 대 요시다 쇼사부로[吉田勝三郞] 부대가 추격해 온 것이었다. 김태원은 즉각 전략을 짰다. 무동촌은 집집마다 돌담인 바, 그것을 방벽으로 이용, 적을 유인한 뒤 일 제 사격으로 제압하자는 작전이었다. 돌담은 총알을 막는 방벽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김태원은 부하들 을 분산시켜 각 골목에 배치한 다음, 사격술이 좋은 두 의병(姜吉煥, 趙德寬)을 당신 뒤에다 복병으로 숨 겼다. “너희들은 내가 총으로 적장 요시다를 말에서 떨 어뜨리거든 그때 일제 사격하라!”  “네, 대장님! 알겠습니다.” 청일, 러일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운 바 있는 요시 다 수비대장(소좌)은 조선 의병을 ‘오합지졸’로 매우 업신여기고 있었다. 그는 겁도 없이 말 위에서 일본 도를 치켜든 채 의기 당당하게 무동촌으로 들어왔 다. 김태원 의병장은 침착하게 돌담에 숨어 적장 요 시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몇 방의 총격전이 벌어져도 요시다는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배짱 좋게 진두지휘하면서 돌진해 왔다. 마침내 요시다가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김태원 은 이 순간을 하늘이 준 기회로 알고서 방아쇠를 당 겼다. 요시다는 김태원 의병장 총소리에 흠칫 놀랐 다. 순간 두 의병의 천보총에서 불을 뿜었다. 다른 의 병들의 총에서도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역전의 노장 (老將) 요시다는 우리 의병 총탄에 보기 좋게 꼬꾸라 졌다. 일본군은 자기네 대장이 꼬꾸라지자 허겁지겁 도망가기 바빴다. 김태원은 장검으로 길바닥에 떨어 진 요시다의 목을 베었다. 그가 소지한 만리경(쌍안 경), 일본도, 육혈포도 노획했다. 김태원 의병 부대는 재빠르게 뒷수습을 하고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급히 무동촌을 떠났다. 무동촌 전투는 한 말 호남 의병사에 빛나는 승첩이었다. 일제 군경들 이 일당백을 자랑하면서 우리 의병을 무시하던 콧대 를 여지없이 꺾어준 쾌거였다. 그러나 아무리 용맹한 의병부대일지언정 신식무 기와 잘 훈련된 일군과 장기전에 어찌 목숨을 끝까 지 부지할 수 있으랴.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형 태원은 아우 율에게 ‘아우에게 주는 글(與舍弟心書)’라는 시 를 보냈다. 형은 이미 그들 앞에는 죽음이 있다는 것 을 알고 있었다. 나라의 안위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사나이는 전장에서 나아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웃 음을 머금고 죽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일러주는 비장한 글이다. 김태원이 아우에게 준 시   國家安危在頃刻  국가 안위가 경각에 달렸거늘 意氣男兒何待亡  의기남아가 어찌 앉아 죽기를  기다리겠는가? 盡忠竭力義當事  온 힘을 쏟아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의에 마땅한 일이니 志濟蒼生不爲名  백성을 건지려는 뜻일 뿐 명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