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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4년 9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2일 새벽에 눈 오다가 아침에 갬. 이병삼(이장녕의 부친)이 보러 왔다. 13일 맑음. 이석영, 장석응이 와서 점심을 먹었다. 15일 맑음. 조밥에 콩을 섞으니 입에는 제법 맞으나, 콩이 잘 체하는 것인지라 배가 차고 설사가 나서 근력이 다 빠져 달아났다. 다시 전부 조만으로 밥을 지어서 근 근이 주린 목숨을 이어간다. 나처럼 구차히 기생하는 자가 어찌 세상에 살아갈 경황이 있겠는가? 한탄스 럽고 한탄스럽다. 「題胡澹庵上高宗封事後(호담암의 상고종봉사 뒤에 쓰다)」 시 한 수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17일 맑음. 이승원이 이실(李室=백하의 여동생이자 석주 이상 룡의 아내 김우락)의 약을 묻기 위해 왔다가 묵었는 데, 생질(석주의 아들 이준형)은 곁에 간병할 사람이 없어 오지 못하였다. 만초(=석주 이상룡) 집안의 일 이 걱정되고 가엽다. 18일 맑음. 김석현(金錫鉉), 현우랑(玄友良)이 와서 묵었다. 벼 를 타작하여 한 섬 엿 말을 얻었다. 여덟 식구의 먹 고 살 계책이 다만 이것뿐이니, 탄식하고 탄식할 만 하다. 채전의 나물과 단지의 곡식이 날마다 어려움을 알린다. 이곳에 도착한지 1년이 넘도록 무슨 일을 했 던고? 근심 번민하는 사이에 애오라지 읊어 스스로 를 위로하노라. (시 한 수가 있다) 19일 맑음. 가아(家兒)가 북협(北峽)으로 가더니 기한이 지났 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 염려스럽고 근심스럽다. 20일 맑음. 영국 목사가 학교에 와 많은 이야기로 배우기를 권 장하더라고 한다. 21일 맑음. 장석응의 집에 초대를 받아 생일상을 잘 먹고 돌아 왔다. 가아가 다시탄에서 돌아왔다. 22일 천둥 침. 형식이 싼청자에서 『고문관지(古文觀止)』 6책과 『동래박의(東萊博議)』 4책을 샀다. 모두 문장가들 이 아주 잘 골라 뽑은 것으로, 눈가리개 하여 심심풀 이 하기에 아주 좋겠다. 지촌할배(=김방걸 金邦杰, 1623~1695)가 동복(同福, 현재 전남 화순군)의 유배 지에서 엄주(弇 州)의 문집(=명나라 왕세정[王世貞]의 문집)을 남천한 후의 유일한 벗으로 삼으셨던 일을 추념해보니, 더욱 옛일에 대한 감회가 절실하다. 23일 눈 비. 이동녕과 장유순이 와서 보았다. 24일 맑음. 가아가 다시탄으로 가는 길을 떠났다. 꿈에서 선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