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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시론 • 독일 나치스 희생자 유대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베를린의 두 박물관(기념관) 89 축은 위에서 보면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파 괴된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다윗의 별’은 나 치 시절 유대인이 차고 다녀야 했던 노란 별이다. ‘홀로코스트 타워(Holocaust Tower)’ 육중한 콘크리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온통 깜깜한 공간이다. 그 위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긴 하지만 두 려움이 엄습한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다. 어둠이 익 숙해질 즈음 벽면에 설치된 파이프들이 보인다. 이 공간에서 곧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던 유대인들의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하였다. ‘유배 정원(Garden of Exile)’ 삶의 터전이었던 독일에서 추방당하고 도망가야 했던 유대인들이 느꼈을 균형감의 상실, 막막함을 표현한 공간이다. 그러면서도 무사하길 바라던 간절 한 희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경사면에 기다란 49개 의 기울어진 기둥들이 설치되어 있다. 기둥 위에는 흙을 놓았다. 그 곳에서는 희망의 상징인 올리브 나 무를 심어 자라게 했다. ‘기억의 빈 공간(Memory Void)’ 독일 사회에서 유대인을 없애려 했던 사실을 표현 하였다. 박물관 건축은 다니엘 리베스킨트이지만, 이 철로 된 얼굴들은 이스라엘 아티스트인 메나쉬 카디쉬맨(Menashe kadishman)이 제작한 것들로 ‘낙엽(Fallen Leaves)’이라 이름 붙여졌다. 만개 이상 의 서로 다른 표정의 얼굴들이 바닥에 깔려 있다. 유 대인의 존재가 사라진 것을 표현하고 짓밟히도록 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 얼굴들을 밟고 걸으며 금속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가 고통을 겪었던 유대인 의 절규와 같이 들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독일과 비교되는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있는 유슈칸[遊 就館] 과는 달리 독일의 두 박물관(기념관)은 자신들 의 과오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그런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상기시 키고 교육하고 있다. 2025년에 건립하기 위한 ‘대한 민국순국선열추념관’ 실시설계를 마주하면서 한일 관계를 다시 떠올려 본다. 독일의 태도를 부러워하 면서… 서강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사 사학과 교수, 서강대 강사를 역임하였다. 전쟁기념관 학예부장, 부천시박물관 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월간 『순국』 편집 위 원을 맡고 있다. 『나라를 지켜낸 우리 무기와 무예』, 『어재연장군과 신미양요 연구』, 『국외 소재 19세기의 군사유물 연구』 등의 저서(공저)를 펴냈다. 『순국』에 「미국 애리조나기 념 관을 통해서 본 추모의 방향성」(374호, 2022.3), 「‘순국선열추념관’ 건립을 위한 제언」(378호, 2022.7),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돌아보며」(390호, 2023.7), 「이야기가 있 는 땅 · 경기도 부천」(394호, 2023.11), 「‘의병의 날’ 단상(斷想): 의병–독립군–광복군–국군 창설과 그 의미」(401호, 2024.6) 등의 칼럼 및 논고를 게재하였다. 필자 김대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