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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024년 3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하니 답답하고 괴롭다. 9일 맑음. 영해 반포리에 살던 박종근(朴鍾根)은 자(字)가 치 만(致萬), 송천에 살던 권영구(權寧九)는 자가 순현(舜 賢), 송천에 살던 권중위(權重暐)는 자가 화일(華日), 평해 정명리에 살던 황신걸(黃信杰)은 자가 군집(君 集), 상사리에 살던 이근탁(李根鐸)은 자가 경진(景振) 이니, 모두 홀몸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영해와 평해 에 살던 두 사람은 식구를 데리러 하루를 묵고 다시 돌아갔다. 10일 맑음. 오후 3시에 가랑비가 약간 적시더니, 밤에 다시 따 르듯이 왔다. 이날 오후에 문극(文極)이 와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밤 꿈에 금계(金溪)의 서산옹 (西山翁=김흥락)을 뵈었는데, 신관을 밝게 펴고, 의관 을 반듯하게 정돈한 모습으로 말씀하고 응대하심이 마치 평소와 같았다. 11일 비가 종일토록 옴.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불어나고 다리가 끊어져 두 릉으로 가려 했던 것이 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근심 스럽고 심심함이 더욱 심하나 아무 곳도 회포를 토로 할 데가 없다. 근심스럽고 근심스럽다. 12일 안개가 자욱이 끼어 산이 어둑어둑함. 침침한 눈을 억지로 닦으면서 사제(舍弟) 및 조카 규식(圭植)에게 편지를 써 보냈는데, 사동으로 가는 편지와 함께 영해와 평해의 두 벗이 돌아가는 인편 에 넣었다. 바쁜 관계로 하계에는 편지를 쓰지 못하 니 한스럽다. 벗 이종목(李鐘穆)이 우소에서 닭을 사 와서 두 방의 노소(老少)가 함께 먹었다. 갈증으로 괴 롭던 끝에 위장의 자양(滋養)이 될 만하다. 그의 집 뒤 에 더덕이 많이 나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토맥(土脈) 이 녹아 캐올 수 있으리라 한다. 손자 창로가 황서방 및 영해, 평해의 여러 벗들과 함께 불어난 물을 건너 위험을 무릅쓰고 출발하였는 데, 두릉의 우소에 문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젊은 이들의 풍치(風致)가 부럽기 그지없다. 나로서는 몇 번이나 벼르면서도 여태 이루지 못한 소원이었다. 비 로소 나같이 늙어 폐물이 된 자는, 숨만 남아 아직 식 지 않은 시체와 같을 뿐임을 알겠다. 한탄스럽다. 13일 오후에 갬. 상주에 살던 김사용(金思容)과 남해 살던 윤일(尹 一)이 왔다. 14일 종일 비가 내림. 손자 아이가 잉어를 사서 (나에게) 올리려 하였다. 내가 굳이 꾸짖어 물리쳤으나 몰래 그 아내와 더불어 이미 솥에다 삶았을 것이다. 찬이 싱거워 괴롭던 나 머지 저절로 위장이 열린다. 칠십년 고기를 먹던 입 이라 갑작스럽게 습성을 고칠 수 없으니 민망하고 우 습다. 15일 늦게 갬. 근심스럽고 적적한 나머지, 지팡이를 짚고 마을 입 구의 바위에 올랐다. 애오라지 소창(消暢=갑갑한 마 음을 풀어 후련하게 함)이나 할 생각이었으나,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