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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2023년 8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된 자가 반드시 유독 이러한 마음이 없지는 못할 것 이다. 일국의 신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손아귀 아래 서 속박을 모두 받아들이도록 하였다면, 그와 같이 절대한 권력이 무릇 자신에게 이익이 있거늘, 무엇 을 꺼려서 그 욕망을 다 채우지 않겠는가? 그 신민된 자 또한 오랜 속박을 즐겨 받아들이고 견마(犬馬)와 같은 노예생활을 달갑게 여겨 그 계약 을 깨뜨리려 하지 않겠는가? 곽씨가 이를 모를 리 없 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영국의 국왕 사리 이세[査理 第二 샤를르 2세]의 스승으로서 큰 존경과 총애를 입고 있었다. 한 임금에 대한 아첨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군주전제주의를 주장하였으니 너무나 한탄스럽다. 8일 하란(荷蘭 네덜란드)의 학자 사편나사(斯 片 挪 莎 스피노자)씨의 학설을 읽었다. 살펴보건대, 사씨는 이르기를, “사람의 자유는 처음부터 내가 원 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천리의 정해진 궤도를 따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정치를 행하 는 자는 평화를 지키는 것 외에도 반드시 자유를 수 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하였으니, 그 논 리가 공평하며 정연하다. 또한 그 군주 전제의 폐단을 논한 것은 논리가 착 착 맞아 떨어지니, 만세 군주의 경계가 될 만하다. 거 기에 이어 민주정치가 가장 훌륭한 이론임을 주창함 으로써 천하의 정신을 환기 각성시켰으니 정치학에 공적을 세웠다 할 만하다. 이 논문을 읽는다면 곽포 사의 지나치게 격렬하며 군주에 영합한 이론은 일일 이 변증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그릇된 사상에 귀착할 것이다. 9일 생각하니, 당초 간도(間島)에 들어올 때의 목표는 유하현(柳河縣)에 있었는데, 김형식(金衡植) 군이 한번 간 뒤로 소식이 없어 집 식구들을 머물게 할 곳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약간의 몸에 지닌 자산도 거의 다 써버렸고, 젊은 축들은 가볍게 움직 인 것을 후회하여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하는 데 이르 렀다. 내가 조용히 타일러 말하기를 “나파옹(拿破翁 나폴 레옹)은 책을 읽을 때마다 ‘불가능’이란 세 글자를 만 나면 번번이 그것을 지워 없애며 ‘천하에 어찌 불가 능한 일이 있겠는가?’라 하였고, 또 ‘어렵다[難]는 한 글자는 어리석은 사람의 사전에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입지의 견고함은 그 풍도를 듣는 사 람들로 하여금 나태함을 일깨우도록 할 만하다. 우리들이 하루아침에 조국을 버리고 이역에 투신 한 것이 일신을 구차히 보전하려한 계책이 아니었다 면 애초에 다소의 곤란이 있을 것임은 겪어보지 않 더라도 알 일이다. 그러나 안위와 고락은 서로 뿌리 가 되어 생겨나는 법이다. 예로부터 영웅들의 대사 업이 어느 것이나 곤란으로부터 멀은 것이 아니었던 가? 옛날에 만약 구천(句踐)이 회계산(會稽山)의 실패 에 절망하였다면 결코 오를 멸하고 월을 패국(覇國) 으로 만드는 일을 못하였을 것이다. 항우가 해하(垓 下)에서의 포위에 절망하지 않았더라면 권토중래(捲 土重來)의 거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하겠는 가? 그러므로 토이기(土耳其 터키)의 속담에 ‘절망은 패망의 원천이다.’라고 한 것이다. 젊은이 중 곤란에 임한 자가 마땅히 조심할 바임을 알아야 한다.”고 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