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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한 번 더 생각하는 역사 88 2023년 3월 『장 모네 회고록』 의 교훈 한반도 통일과 아시아 통합 이끌 한국판 ‘장 모네’ 나와야 독립운동가들이 지향했던 ‘하나의 한반도’ 글 김학준(단국대 석좌교수) 일제 침략기와 강점기에 항일 운동가들은 분명히 ‘하나의 독립된 한반도’를 지향했다. 일제를 몰아내면 한반도에는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세워질 것으로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했기에 일 제가 패망했는데도 그 꿈과는 달리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되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주 석 김구와 부주석 김규식은 ‘하나의 독립된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1948년 4월에 그 어려 운 북행을 결심하고 소련 점령군과 김일성이 마련한 남북회담에 참여한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남북통일을 말하기 매우 어렵게 펼쳐졌다. 북한의 핵 개발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이 땅에서 어떻게 평화를 지켜야 하는가의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남북통일의 과제 를 논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그 과제는 우리에게 숙원이고, 언제나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함석헌 선생은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도둑 처럼 찾아왔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 해 보이는 통일이 예상과는 달리 도둑처럼 찾아올지 모른다. 동서독 통일을 돌이켜 보아도, 그것은 예상을 뛰 어 넘는 역사적 대사변이었다. 하버드대학교의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 같은 이는 독일 통일은 열강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한 사명(mission impossible)’ 으로 남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한 관념 의 영향으로 1989년 11월 9일에 동독주민들이 베를 린 장벽을 무너뜨릴 때조차 동서독 통일이 임박했다 고 단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저 동서독 교류 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질 것 정도로 예견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동서독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990년 10월 3일에 ‘하나의 독일’을 실현했다. 『유럽 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 회고록』 (박제훈‧옥우석 번역, 세림출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