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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⑫ 87 1일 꿈에 우연히 『한사(漢 史)』를 보는데, 임의로 현토(懸吐) 를 붙여 읽었다. 운곡(雲谷) 익동 (翼洞) 형님이 자리에 계시다가 칭찬하기를 “문리가 껄끄러운 곳 에 현토하기가 매우 어려운 법인 데, 쉽게 읽어 내려가다니 공부하 는 선비라 할 만하다” 하신다. 집 으로 돌아가 형님의 말을 아버님 께 아뢰니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일이 우연이 아닌듯 하여, 일어나 기록해 둔다. 또 앞뜰에 즐비한 햇벼를 보았 는데, 이삭이 절구공이처럼 컷 다. 우연히 임하(臨河)의 상우(象 宇)와 집안 아우 석오(錫五=김이 락 金彝 洛)를 만나 마을 앞 주막 에 가서 술을 마셨다. 술값이 2전 인데, 아우 석오가 나를 밀어내고 갚기에, 나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 다. 아마도 가을 농사가 풍년이라 먹지 않아도 먼저 배가 불러서일 것이다. 3일 공주(公州)에 살던 김일택(金一澤)이 왔다. 지기(志氣)가 호매(豪邁)하고 신체가 건장하여 나이 가 육순에 가까우나 젊은이와 다름이 없었는데, 여러 나라를 두루 구경하고 시세에 익숙하였다. 그의 입을 쳐다보며 귀를 기울이노라니, 나도 모르게 정신이 빠 져들고 마음이 끌렸다. 이날 저녁에 엷은 눈이 잠시 내리더니 곧 개었다. 5일 손자 창로가 곡식 사는 일로 왕거우에 갔 다가 끝내 낭패하고 돌아왔다. 6일 아침에 김일택이 상탕구로부터 자못 미 편한 마음으로 나에게 오더니,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옛 추가가 신흥학교가 있었던 곳에 지어진 건물. 현재 기와공장으로 쓰이고 있다(안홍기 제공). 현재 중국 길림성(吉林省) 유하현(柳河縣) 홍성촌(紅星村) 소재. 유하현 삼원포의 최근 모습(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