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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생각하는 역사 • 『박정희의 시간들: 박정희 리더십 심층분석』 서평 87 에 해당하는 28년 뒤인 1992년에 김영삼 민주자유 당 총재 겸 대통령후보 정치담당특별보좌역으로 정 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김영삼 대통령 재임 5년 전 기간에 걸쳐 주로 언론을 상대하는 공보처 장관으로 봉직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긴 기간 장 관을 맡았던 유일무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정계 · 관 계에 들어간 신문인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 에 속하는 극소수의 몇몇 사례에 속한다고 하겠다. 저자, 5년간 공보처 장관 재직하며 대통령 리더십 접해 ‘기자’는 글자 그대로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뜻에 충실해, 그는 장관으로 퇴임한 뒤에도 『조선왕 조에서 배우는 위기관리의 리더십』(열린책들, 2003) 과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본 고종시대의 리더십』 (열린책들, 2008)을 쓴 데 이어, 『이승만의 삶과 국 가』(나남, 2013)와 『김영삼의 재평가』(조갑제닷컴, 2021)를 썼고, 이제 위의 책을 썼다. 이로써 그는 조 선왕조에서 대한민국까지 최고 지도자의 평전을 리 더십을 중심으로 출판한 독특한 기록을 세웠다. 자 신이 김영삼 대통령의 국무위원으로 봉직하던 때 ‘제 2의 6·25 국난’이라고 불린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을 보며 최고 결정권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어떻 든 출판물들만 놓고 볼 때, 그는 정치학의 주요한 주 제들 가운데 하나인 리더십의 연구자로 불려도 손색 이 없다. 불편부당해야 하며 공평무사하게 사안에 접근해 야 할 사명을 지닌 기자 정신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박정희의 시간들』을 쓰면서 어느 한쪽에 서지 않 으려 최선을 다한 것 같다. 그의 표현으로, “편견 이 나 특정 사관에 구애되지 않고 가급적 있는 그대로 의 역사적 평가를 시도해 보았다.” 그래서 그는 “평전 에서는 프라이버시는 잘 다루지 않는 게 관행인 듯 하다. 프라이버시권은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박정희의 사생활을 분석의 대상에 포 함시켰다. 육영수 여사가 늘 걱정하고 나무랄 정도 로 연예계 일부 여성들을 가까이 한, 그리고 10·26 당일 암살되던 장면이 보여주었던 두 여성 동반의 가무음주 생활을 「5장 박정희의 문란한 사생활, 지 도력 위기 불렀다」라는 별개의 장(章)에서 낱낱이 지 적하며 비판했다. 저자는 박정희가 5 · 16쿠데타 때부터 제2차 쿠 데타인 유신선포를 포함해 모두 18년 동안 집권하 며 저질렀던 갖가지 헌법파괴와 반민주주의적 행태 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1971년 10월 2일 에 국회에서 일어난 공화당 구(舊) 주류의 항명파동 을 보고 중앙정보부를 통해 저지른 보복행위에 대해 ‘명백한 헌법위반 사건’이라고 단언한 것이 그 한 보 기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박정희가 “중앙정보 부를 앞세워 강압시스템정치를 했다”라고 지적하면 서, “정보공작으로써 (중략) 극심하게 정치를 왜곡시 1961년 5 · 16군사정변 직후의 박정희(앞줄 왼쪽, 한겨레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