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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023년 8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옮겨놓고 뜨내기 집으로 옮겨다니니 한탄스럽다. 이 날 저녁에 비서장과 함께 자는데, 방구들이 너무 추 워 잠들 수가 없다. 새벽에 일어나 칠언절구(七言絶 句) 3수를 읊어 비서장에게 보이다. 2일 새벽에 일어나 잠자리 위에서 식사를 한 후, 가솔을 이끌고 두릉구로 출발하였다. 비서장이 고 시 한 수를 써 보이기에 속히 차운하여 후덕한 뜻에 감사하였다. 눈길을 밟으며 동구를 나서니 얼음조각이 강을 뒤 덮고 흐르는데[流澌 蔽江] 외나무다리가 반은 물에 잠 겨 걸쳐 있다. 엉금엉금 기어 다리를 건너니, 아침 해 가 이미 세 발이나 솟았다. 진흙 길을 헤매며 건너가 자니 피로하기 짝이 없다. 길가에서 이명세(李明世)를 만나 잠깐 서서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작은 고개를 넘어 먼 산자락을 바라보 니, 낡은 집 한 채가 울타리가 기운 채 서 있어 곧 빌 린 빈 집임을 알겠다. 바삐 달려가 대자리를 깔고 군 불을 때었다. 기침이 다소 가라앉으니 말소리 웃음소 리가 비로소 나온다. 3일 집주인 주(周)씨 성 가진 사람이 찾아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 쌍방이 모두 안타깝고 답답하였다. 4일 김창로(金昌魯) · 황병일(黃炳日)이 함께 찾 아왔다. 진흙길이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근실한 뜻 이 고맙다. 5일 식후에 영해의 매형 박우종(朴禹鍾)이 가 족과 그 족인(族人) 덕민(德民), 조카 좌형(佐衡)을 거 느리고 한 수레를 타고 도착하였다. 머나먼 만리타향 에서 형제가 서로 모이고 게다가 고향의 편안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위로와 기쁨이 어떠하겠는가? 다만 병든 아랫누이가 올 초봄에 균척(菌戚 = 어린 자식이 죽는 슬픔)을 만났다 한다. 부녀가 40의 나이 에 슬하에 한 점 혈육도 두지 못하여 슬퍼한 나머지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랫누이의 사정을 생각 하니 나도 모르게 안타까워 탄식이 나온다. 6일 새로 차린 살림살이에 갖가지가 군색하 다. 식구들이 견딜 수 없어하는 정경이 있으므로, 내 가 서양 철학자의 말을 외며 일렀다. “인내는 즐거움 의 문이니라. 또 희랍의 속담에 이르기를 ‘참는 것이 운명보다 낫다’고 하였느니라. 동서고금의 대소사를 막론하고 무슨 일이든 인내 없이 이루어졌더냐? 고공 단보(古公亶父, 중국 周나라 문왕의 조부)의 도혈(陶 穴)이 만약 곤고함을 견디지 못했다면 왕업의 기틀을 놓을 수 없었을 것이며, 소무(蘇武. 소무는 전한 시대 의 충신으로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된 지 19년 만에 귀국하였는데, 털가죽 담요를 눈에 싸서 먹고 들 쥐의 굴에서 나무열매를 파내어 먹고 견디며 漢나라 에 대한 절개를 굳게 지켰다고 한다)가 눈을 뭉쳐 삼 키며 견뎠던 고생이 만약 고초를 참지 못하였다면 국 사에 이름을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오늘 겪는 어려움이 나중에 쾌락으로 가는 문이 아니라고 어찌 알겠느냐? 설혹 운명을 쥐고 있는 자가 곁에 있 다 하더라도 그는 반드시 인내의 여부를 보아서 처분 할 것임을 나는 아노라.”라고 하였다. 오후에 비서장이 절구 두 수를 보내셨기에 차운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