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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 스크랩 • 구국 의병항쟁 열전 - 거룩한 구국항쟁의 현장을 가다 ⑩ 85 “자랑스러운 조상을 둔 게 얼마나 자손만대에 떳 떳하냐. 친일파 후손들이 비록 그동안 잘 먹고 잘 살 았을지언정, 제 조상 무덤의 비석을 쫓아내고, 남 몰 래 조상묘를 이장하는 그 작태가 얼마나 비참하냐. 인생을 길게 보면 ‘사필귀정’이다.” 그 이듬해 봄, 광주에서 다시 만난 김갑제 씨는 의 병장의 후손답게 매우 당차보였다. 그는 먼저 할아 버지 형제 김태원 김율 의병장이 순국하신 어등산 전적지로 안내했다. 이곳은 한말 의병 격적지로 숱 한 의병들이 일제의 총칼에 전사한 곳이다. ‘어등산 (魚登山)’이란 “물고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로, 수많은 의병들이 죽음의 산인 줄 알면서도,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기에 이 산에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 런 탓으로 이 산기슭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 병들이 장렬하게 산화했다는, 어등산은 '한말 호남 의병 피의 산'이라고 갑제 씨는 말했다. 우리는 어등산을 둘러본 뒤 곧장 김태원 김율 형 제 의병장 고향인 나주로 달렸다. 나주 시민공원에 있는 죽봉 김태원 장군 기적비(紀蹟碑)와 나주 향 교 를 둘러보고 일정이 빡빡하여 차머리를 광주로 돌 렸다. 김태원 의병장의 묘소는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 (77번)에 안장됐다는데 아우 김율 의병장은 시신을 찾지 못해 그때까지 묘소도 쓰지 못하였다고 한다. 28세로 후사 없이 돌아가신 김율 의병장은 갑제씨 아우 혁제씨가 출계(出系)하여 대를 잇고 있다고 한 다. 김갑제씨가 헤어질 때 한 말이다. “저는 명절 때면 할아버지와 함께 순국하신 열세 분 메밥을 떠 놓습니다. 할아버지 부하 가운데 후손 이 없는 분 메밥을 명절 때만은 궐식할 수 없어 올리 고 있지요.” 후손이 없는 그 귀신들이 메밥을 들면서 얼마나 고마워할까? 호남 의병전적지 순례 길에 그래도 밥 술이나 먹으면서 할아버지 부하까지 챙기는 의병 후 손을 만나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김태원 의병장 등 대한제국기 의병들의 격전지였던 광주 어등산 전경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광장에 세 워진 ‘죽봉 김태원 의병장’ 동상 (이하 현장 사진은 필자 촬영) 김태원 장군 후손 김갑제 씨(광 주시 광산구 ‘어등산 한말 호남 의병전적지’ 표지석 앞에서).